[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실전적인 한국류, 40~4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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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준결승 3국> ○·원성진 9단 ●·천야오예 9단

제3보(31~44)=31의 모 붙임은 기억해 둘 만한 맥점. 어차피 살게 되는 백을 가장 효과적으로 봉쇄하는 수단이다. 36까지 원성진 9단은 귀의 실리를 내줄 수 없다는 당초의 목표를 관철시켰다. 그러나 바둑이란 흑 귀가 백 귀로 변했다고 해서 당장 백의 실리가 흑을 앞서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흑도 실수를 범한 바 없기에 37까지 차분히 큰 곳을 두고 있어도 형세는 균형을 이루게 된다. 설령 실리에선 앞섰다 하더라도 오히려 바둑은 백쪽이 좀 더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우변에 떠 있는 백 석 점이 엷기 때문이다.

 원성진의 백40은 이런 분위기에서 등장한 고육책이다. 40은 41을 유발해 흑을 튼튼하게 만들어 주니까 부분적으로 악수다(이 점에 대비해 38로 먼저 귀에 맛을 붙여 둔 수순이 노련하다). 책을 보면 이 형태에서의 맥점은 ‘참고도’ 백1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지금은 흑도 2, 4와 같은 다양한 반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백은 △ 두 점을 고분고분 내주고 싶지 않다. 40은 고수의 맥점은 아니지만 원 9단은 ‘실전적인 수’라고 봤다. 42로 달아나고 43으로 요소를 얻어맞게 되지만 백도 44로 붙여 두 점을 살려올 수 있다. 뭔가 모양은 일그러졌다. 하나 이게 바로 실전적인 한국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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