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웹 접근성, 정부 부처 29곳 중 22곳 ‘F’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정부 각 부처가 운영하고 있는 모바일용 웹페이지의 접근성이 국제 표준에 크게 미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숙명여대 정책·산업대학원 문형남 교수와 숙명여대 웹발전연구소가 정부 부처 모바일 웹 29곳의 접근성을 조사한 결과 22곳이 ‘미흡’ 또는 ‘매우 미흡’ 평가를 받았다. 3곳만 ‘양호’ 평가를 받았고 4곳은 ‘보통’이었다.

 모바일 웹 접근성이란 이용자가 얼마나 쉽고 편리하게 웹페이지 내 각 기능을 사용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아 쓸 수 있는지를 평가한 것이다. 이 조사에는 웹표준화국제기구(W3C)가 만든 평가도구인 ‘모바일OK체커’를 사용했다. 모바일OK체커는 페이지 크기 제한, 제목 유무, 테이블 레이아웃 등 24개 평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문 교수팀은 첫 화면을 포함해 모바일 웹의 주요 5개 페이지의 국제 표준 준수율을 평균 점수로 산출했다.

 부처별로는 통계청이 77.2로 최고 점수를 기록했다. 통계청 모바일 웹은 다른 부처 사이트에 비해 로딩 속도가 빨라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른 부처 웹들은 대부분 페이지 용량이 50킬로바이트(KB) 이상인데, 통계청은 W3C 권장 용량인 20KB에 근접했다. 이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방위사업청이 각각 72점, 71점으로 통계청과 함께 ‘양호’ 평가를 받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각각 66점과 62점을 맞아 ‘보통’ 수준을 넘지 못했다. 교과부는 정보기술(IT) 활용 교육 등을 중점 업무로 추진하고 있으나 정작 모바일 웹의 접근성은 크게 높지 않았다. 정보통신 정책을 총괄하는 방통위도 방위사업청이나 대검찰청보다 떨어지는 점수를 받았다. 교과부는 이미지를 과도하게 사용해 로딩 속도가 느렸고, 방통위는 새로 고침(Refreshing), 경로 재지정(Redirection), 새 창 열기(Spawned Windows) 항목이 원활히 작동하지 않았다.

 소방방재청의 경우 2005년에 만든 모바일 웹을 그대로 방치해 일부 화면이 깨져 보이는 등 이용이 불편해 30점에 그쳤다. 최하위는 16점대를 기록한 국민권익위원회가 차지했다. 국민권익위는 첫 화면에 불필요한 이미지를 과도하게 사용해 용량이 기준치의 28배인 561.8KB나 돼 로딩 속도가 매우 느렸다.

 정부 기관들은 대부분은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8월 제시한 ‘대국민 모바일 서비스 구축 가이드라인’도 잘 지키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이드라인은 ‘국민을 대상으로 구축·운영되는 모든 행정기관의 모바일 서비스(모바일 웹)는 웹 표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작 이 가이드라인을 만든 행안부도 49점으로 ‘미흡’ 평가를 받았다. 문 교수는 “모바일 웹 표준을 따르지 않아 정부가 제공하는 화면을 정상적으로 보기 어렵고 기능 활용도 제한돼 정보 공유라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불필요한 트래픽만 유발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웹 표준을 준수하면 다양한 기기와 브라우저를 쓰는 국민들이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데다 정부는 개발과 유지 보수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태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