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 '맹진사댁 경사' 설 연휴 무대 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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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름발이 신랑과 결혼하기 싫은 부잣집 딸이 자신의 몸종을 신부로 위장시킨 이야기 '맹진사댁 경사' 가 설 연휴 연극무대에 오른다.

21~28일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국립극단의 올해 첫 정기공연이다.

일제 말기 시나리오로 발표된 '맹진사댁 경사' 는 출세욕과 권력욕에 눈이 멀어 돈으로 진사 벼슬을 산 맹진사가 다시 딸을 양반과 정략결혼시켜 신분상승을 꿈꾸다 오히려 자신의 꾀에 빠져 결혼을 망치고 만다는 줄거리다.

지난해 가을 뮤지컬 버전을 바탕으로 국립오페라단이 오페라로, 국립국악원이 창극으로 각각 공연했고 영화로도 여러차례 만들어져 '명절 영화' 의 단골로 방영되고 있다.

영화제목 '시집가는 날' 로 더 알려져 있다. 조선시대 양반사회의 허세.위선에 대한 풍자와 질박하고 토속적인 한국어의 맛을 살린 희극적 요소들로 많은 이의 공감을 받았다.

92.94년 공연에 이어 97년 세계연극제 개막축하 공연 등으로 국립극단의 주요 레퍼토리가 됐다.

이번 공연은 뮤지컬적인 요소를 가미해 재미를 더했으며 볼거리를 위해 전통혼례 장면을 충실히 재현했다.

맹진사를 비롯한 양반계층에 대립해 하인들과 동네 이웃 등 서민계층의 정서를 대변하는 삼돌이(이영호) 도 눈길을 끄는 인물.

맹진사는 평소 이쁜이를 사모하던 삼돌이에게 "대신 내 딸(갑분이) 과 결혼시켜주겠다" 는 거짓 약속을 하고, 이를 철썩같이 믿은 삼돌이가 마지막 신방장면에서 맹진사에게 '장인어른' 이라고 부르는 대목은 희극적 효과의 절정을 이룬다.

원로배우 장민호.백성희씨가 맹진사 집안 어른역으로 출연하고 국립극단의 정상철 단장이 탐욕스러운 맹진사역을 맡는다.

이밖에 '태' 에서 단종역으로 열연한 곽명화가 착한 계집종 이쁜이로, '브리타니쿠스' 의 폭군 네로역으로 지난해 히서연극상을 수상한 이상직이 김판서의 아들 미언역으로 나온다.

매번 공연때마다 감초역을 톡톡히 해내는 서희승이 족보조작사건의 주범인 참봉역을 맡아 능청스런 연기를 보여준다.

4인 가족이 으뜸석(1인 3만원) 을 단체 관람할 경우엔 50% 할인된 6만원에 표를 구입할 수 있다.

공연시간 평일 오후 7시, 주말.공휴일 오후 4시. 02-2274-35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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