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강한 달러' 고수 배경]

중앙일보

입력

'강한 달러 유지, 대규모 감세 추진, 자유무역 확대' .
폴 오닐 미 재무장관 지명자가 17일 풀어 놓은 향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 골자다.

이중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강한 달러 부분이다.
달러 강세는 곧 엔화 약세를 의미하고 이는 한국의 수출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일부에서는 오닐의 이날 발언을 다소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초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닐이 대형 알루미늄 제조회사인 알코아사 회장 출신이라서 기업들의 요구대로 달러 약세를 선호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 왜 강한 달러인가〓미국이 강한 달러 정책을 고수하는 것은 미국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한 외국 돈이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최근 가뜩이나 경기둔화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외국 투자자들이 일제히 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의 제조업체들은 달러 강세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
수출품 가격이 비싸져 수출이 어렵고 따라서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의 강한 달러 유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장기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다만 일본 경제는 워낙 상황이 좋지 않아 엔화는 계속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 엔화는 얼마까지 떨어질까〓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오닐의 청문회를 앞두고 강세를 보였다가 오닐의 강한 달러 발언이 전해지자 즉각 약세로 돌아섰다.

'미스터 엔' 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原英資)전 일본 대장성 재무관은 "엔화 가치가 달러당 1백20~1백25엔까지 하락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부는 자국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위해선 엔화가 떨어지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어서 당분간 시장개입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엔 엔화 약세가 반갑지 않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일본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철강.석유화학 업체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업실적 저조로 이어져 주가에도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 감세와 자유무역〓부시 대통령 당선자의 핵심 장관으로서 오닐은 부시의 대선 공약인 대규모 감세를 적극 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러나 "감세가 경기회복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감세는 하겠지만 재정적자는 일으키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감세와 강한 달러라는 상반되는 두가지 정책목표를 감안한 발언이다.
이와 함께 오닐은 자유무역을 지지하며 정부가 철강 등 특정 산업을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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