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이치로 앞에서 불방망이 자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추신수

만점 톱타자로 변신한 추신수(30·클리블랜드)가 스즈키 이치로(39·시애틀)와의 자존심 대결에서 완승했다.

 추신수는 17일(한국시간)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시애틀과의 홈경기에 1번·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3안타·2득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첫 3안타를 친 추신수는 톱타자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반면 일본 야구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이치로는 3번·우익수로 나섰지만 4타수 무안타·1타점에 그쳤다.

 이날 ‘1번타자 추신수’와 ‘3번타자 이치로’는 양팀 팬에게 그리 익숙지 않은 타순이었다. 주로 3번을 맡으며 중심타선을 지켰던 추신수는 최근 햄스트링 부상에서 복귀한 후 6번을 거쳐 톱타자로 3경기 연속 출장했다. 이치로는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시애틀의 1번 자리를 도맡으며 안타와 도루에 주력했지만 올 시즌 팀 사정상 3번으로 이동했다. 지금까지 맡아왔던 서로의 역할을 반대로 수행해야 했던 경기. 추신수는 3안타·2득점으로 제 몫을 해낸 반면 이치로는 1타점을 올리긴 했지만 자신의 타석에서 잔루 4개를 남기며 중심타자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이치로는 추신수가 2000년 시애틀에 입단한 뒤 6년간 같은 포지션인 우익수로 한솥밥을 먹던 사이다. 추신수는 주전 우익수인 이치로에게 밀려 약 5년간 마이너 생활을 했다. 2006년엔 이치로가 ‘우익수 자리를 양보하고 중견수로 옮기라’는 구단의 제의를 거절하면서 악연은 최고조에 달했다. 결국 그해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추신수는 이치로의 그늘에서 벗어나 클리블랜드의 중심타자로 거듭날 수 있었다. 이날 추신수는 이치로 앞에서 보란 듯이 활약하며 확실하게 설욕을 했다.

 추신수는 시애틀 중간계투 이와쿠마 히사시(31)와 투·타 한일전도 펼쳤다. 이와쿠마는 지난해까지 일본프로야구 라쿠텐의 에이스로 뛰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출전했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8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다.

 클리블랜드는 추신수의 활약을 바탕으로 시애틀에 9-3으로 승리하며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선두를 유지했다. 추신수의 시즌 타율은 0.261(115타수 30안타)로 뛰어올랐고 4경기 연속 안타 행진도 이어갔다.

정종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