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르랠리] 끝없는 '모래바다'에서의 경주

중앙일보

입력

8일(현지시간) 모리타니에서 맞은 첫번째 경쟁구간은 2001 파리-다카르 랠리 출전자들에게 예상만큼 가혹하지 않았다.

모로코 스마라에서 포장도로를 출발,연결구간 9㎞를 달린 후 시작한 경쟁구간 초반은 첫번째 체크포인트가 나타나는 93㎞ 지점까지 자갈밭·돌길이었다.

그러나 국경을 넘어 모리타니로 들어가면서 끝없는 ‘모래 바다’가 시작됐고 선수들은 모랫길에 적합하도록 타이어 공기압력을 줄이기 위해 차량을 세우는 경우 말고는 속력을 낼 수 있었다.

경쟁구간 4백㎞ 무렵부터는 크고 작은 모래언덕(듄)들이 끊어질 듯 이어지며 마치 파도 치는 바다와 같은 장관을 연출하는 에르그 지역이었다.

출전자들은 60∼70m 높이의 듄들은 돌아가고 10∼15m 높이의 듄들은 직접 공략하며 도착점까지의 거리를 줄여나갔다.

그러나 순위 경쟁보다 완주가 목적인 하위팀들에게 쉬운 코스란 없다.스포티지 2호차 운전자 커트 르 덕은 “듄들이 계속되는 구간에선 듄 정상에서 내려가는 속력을 이용,다음 듄을 올라가는 일종의 파도타기 같은 요령이 필요하다”며 “듄들의 형세를 읽고 어떻게 공략할지 판단이 서지 않으면 자칫 힘만 빼기 쉽다”고 ‘방법’을 설명했다.

전날 성적에 따라 출발 시간이 늦어져 ‘갈길은 먼데 해가 저문 경우’엔 더 괴롭다.방향을 식별할 지형·지물없이 위성항법장치(GPS)에만 의존해 달리다가는 길을 잃기 쉽다.

이날 목적지 엘 갈라위야는 해저문 사막에서 헤메다 뒤늦게 숙영지를 찾아 오는 출전 차량들로 밤늦도록 시끄러웠다.

자동차 부문 1위는 경쟁구간 6백19㎞를 5시간14분27초에 달려 구간 1위를 차지한 호세 마리아 세르비아(스페인)였다.8일 합계 18시간6분45초.

2·3위는 합계 18시간18분15초,18시간22분44초를 각각 기록한 미쓰비시팀의 장 피에르 퐁뜨네(프랑스)·히로 마쓰오카(일본)였다.스포티지 2호차 대런 스킬턴은 이날 6시간14분3초,합계 20시간58분으로 전날 13위에서 한계단 하락한 14위를 기록했다.

한편 이날 오전 이번 대회 들어 처음으로 불미스러운 사고가 발생했다.포르투갈 모터사이클 지원차량이 모로코-모리타니 국경지역을 로드 북에 정해진 코스가 아닌 엉뚱한 길로 넘다 지뢰를 밟아 전복당한 것.

사고를 당한 포르투갈 운전자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왼쪽 발이 절단돼 모로코 라윤에 있는 군사 병원으로 후송됐다.모로코-모리타니 국경지역에는 과거 두나라가 경쟁적으로 심어놓은 지뢰중 상당수가 아직까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