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돈 쓰면 화끈" 소문난 北명품족 직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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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평양 거리의 신세대 여성들.] (AP/연합)

북한 주민 대부분이 최악의 식량난으로 고생하는 와중에도 권력과 부를 차지한 평양 특권층은 명품을 즐기며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

14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중국 단둥의 백화점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한 중국 동포는 "북한 사람이라고 해서 다 못 살고 못 먹는 게 아니다"라며 "일단 쓰기 시작하면 화끈하게 돈 자랑을 한다"며 특권층 소비 문화를 전했다.

그가 일하고 있는 백화점은 북한 무역상들이 귀국 전에 마지막으로 들르는 코스다. 최근 이곳에 50대 중반의 한 북한 무역 간부가 3명의 수행원들을 데리고 나타났다. 이 무역 간부는 일본산 기모 내의 한 벌을 집어 들더니 흥정도 없이 2500위안(약 45만원)을 내고 가방에 넣었다고 한다.

북한 무역상들로부터 상품을 주문 받아 판매한다는 이 중국 동포는 "북한 특권층들은 한 병에 100달러 이상 하는 시세이도 일본 화장품을 요구하거나, 수백 달러 짜리 프랑스 샤넬 향수도 원한다"고 전했다.

중국 선양의 또 다른 대북 무역 상인은 "요즘 평양에 30~40대 신 명품족이 뜨고 있다"며 명품족이 모여 사는 평양 평천구역 봉남동 일대의 한 아파트를 소개했다. 평천구역 동성교를 따라 왼쪽에 자리잡은 이 고층 아파트에는 능라 88회사 무역지사장, 인민보안성 무역국장 등 유력자들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사를 잘 해서 돈을 많이 벌었거나, 처갓집 덕분에 부유층이 된 사람들도 많다는 전언이다.

무역 간부 아내들은 명품 쇼핑을 즐기며 이웃 특권층과 경쟁하듯 부를 과시하고 있다. 윗집 간부의 집에서 일본제 야마하 피아노를 사 놓았다고 하면 다음날 독일제 피아노를 구입하고, 아랫집 간부가 딸에게 독일제 풍금을 사줬다고 하면 더 좋은 독일제 풍금을 사는 식이다.

평양 출신 한 탈북자는 "평양에서 ‘한다’ 하는 사람들도 이들 앞에선 돈 자랑을 못한다"며 "농민들은 굶어 죽는다고 아우성이지만, 이들에게는 딴 나라 얘기"라고 전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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