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책의 흐름] "시스템 확 바꿔 나라 살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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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많이 받으시고 올해에는 모쪼록 우리 모두 '왕따' 가 되보십시다." 기자가 드리고 싶은 새해 인사로 고른 이 말은 지난해 중반에 발간된 여성 기업인 김성주(45)씨의 단행본 '나는 한국의 아름다운 왕따이고 싶다' 를 패러디해 본 것이다.

그만큼 '부패 공화국' 한국에 대한 적나라한 고발서인 동시에 이 낡은 시스템을 왕창 바꿔야 한다는 '혁명' 주창서인 이 책의 메시지는 우리 사회에 의연히 유효하다.

이 사회의 가부장적인 권위주의와 비효율성에 맞서는 저자는 '국가적 왕따' 가 되기를 자처한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공짜로 살고 싶은 사회' 에서 창의력과 도덕성을 갖춘 이들은 왕따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패션 유통업체인 성주인터네셔널 사장으로 남들처럼 향응이나 봉투를 이용하지 않아 업계에선 거의 '미친 여자' 로 취급될 뻔했지만, 국제 사회에선 세계 경제포럼이 선정한 차세대 지도자 1백인 중 한 사람으로 뽑히는 등 가능성 있는 기업인으로 인정받은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

불행히도 '정현준 게이트' 등 지난해 말 잇따랐던 '사이비' 벤처인들의 금융스캔들 등은 이 책에 지적된 한국 사회의 병리상태가 여전히 치유대상임을 보여준다.

누구보다 이나라의 소위 '지도층' 제2, 제3의 김성주를 왕따로 만들며 한국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고 있는 '껍데기 엘리트층' 이 우선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가 말하는 시스템이란 "사회 전체를 돌아가게 하는 법과 제도, 관례, 관습, 정치와 경제체제, 그 속에서 활동하는 조직과 개인 등 그 사회 구성원 전체의 의식과 역량, 역할의 편성, 거기에서 도출되는 정책과 전략, 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구조" (71쪽)다.

그는 한국 사회가 경제개발의 논리 속에 가부장적 체제를 토대로 건설했던 시스템은 이제 도덕적 해이만을 전파시키고 있을 뿐이라며 이제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신적 소프트웨어, 즉 '마인드웨어' 를 다시 짜자고 주장한다.

또 새로운 국가를 이끌어갈 '글로벌 전사' 를 키우기 위해 "1백여년 전 신사유람단을 파견하던 심정으로 연간 1만명 이상을 세계 각지로 내보내자" 고 제안하는가 하면 서울 개조론, 지식 정부론, 효율성의 측면에서 접근한 남북한 문제 해결책 등 거친 듯하면서도 나름대로 논리정연한 대안들을 쏟아 놓는다.

저자는 또 여성의 가능성을 주목한다. 21세기 새로운 산업이 요구하는 리더십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소프트한 경영, 지적이며 감성적인 여성의 힘" 이라면서, 대학까지 나온 수많은 고급 여성 인력을 썩이고 있는 사회에 다시 한번 질타를 가한다.

자, 이쯤이면 기자의 새해 인사에 담긴 깊은 속내를 이해하시리라. 왕따 되기를 더 이상 두려워 말고 낡은 시스템에 도전하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은 실력과 전략을 가진 차세대 리더가 돼보자는 대찬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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