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태균·승엽, 홈런왕 대신 타격왕 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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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태균(30·한화)과 이승엽(36·삼성). 두 홈런왕이 타격왕 경쟁을 하고 있다. 거포들의 싸움터에서 포성보다 총성이 빗발친다.

 김태균과 이승엽은 올 시즌 유력한 홈런왕 후보로 꼽혔다. 그런데 둘은 홈런왕이 아닌 타격왕을 놓고 경쟁 중이다. 14일 현재 김태균은 타율 4할5푼5리, 이승엽은 3할6푼2리로 각각 부문 1, 2위에 올라 있다. 반면 홈런은 이승엽이 공동 5위(5개), 김태균이 공동 7위(4개)로 1위 강정호(넥센·10개)의 절반 이하다.

 둘 모두 파워를 손해 보는 대신 정확성을 높이는 타격폼으로 변화를 줬다. 김태균은 타격 시 양발을 어깨 너비보다 넓게 선다. 왼다리를 스트라이드(투수 쪽으로 뻗는 것)해 체중 이동을 하는 보통의 오른손 타자와 달리 하체를 고정한 채 타격한다. 중심 이동보다 정확성에 무게를 둔 ‘노 스트라이드’ 타격이다. 국내 복귀 뒤 더 특화시켰다. 양발 넓이는 반 족장 정도 커졌고, 배팅포인트는 조금 더 뒤로 갔다. 그 결과 안타 46개를 치는 동안 삼진은 12개만 당했다. 그래도 김태균은 만족스럽지 않다. 그는 “아직 내 스윙을 완전히 찾았다고 할 수 없다. 타구 방향이 (밀어쳐) 우중간을 향하는 건 다행이다”고 했다.

 이승엽이 복귀할 때 전문가들은 국내 투수들의 제구력과 변화구 구사 능력이 향상됐다며 3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예상은 틀렸다. 이승엽은 안타 38개를 치는 동안 삼진은 7개로 정교한 타격을 하고 있다.

 그동안 이승엽은 오른 무릎을 허리 높이까지 들었다가 길게 내뻗으며 타격했다. 파워는 실리지만 홈런도, 삼진도 많을 수밖에 없는 폼이다. 하지만 이승엽은 이달 들어 오른 다리를 반만 들고 있다. 파워를 모으기 어려운 대신 공을 오래 볼 수 있다.

 이번 주 김태균은 두산과 SK를, 이승엽은 KIA와 넥센을 상대로 타율 경쟁에 속도를 붙인다. 한화와 삼성 모두 순위 상승을 위해 김태균과 이승엽의 활약이 필요하다. 롯데는 넥센·KIA와의 홈 6연전으로 1위 탈환을 노린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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