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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 존경, 제자 사랑의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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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세계에는 237개의 나라가 있고, 모든 나라에는 ‘선생님’이 있다. 우리나라의 ‘스승의 날’과 비슷한 ‘교사의 날(Teacher’s day)’을 지정해 스승을 공경하고 기리는 나라는 63개국이라고 한다. 우리는 1963년 JRC(청소년적십자)가 ‘은사의 날’ 행사를 시작한 이후 82년 정부기념일에 포함됐다.

 매년 맞이하는 ‘스승의 날’이건만 올해는 다른 해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학교폭력 심각성에 대한 우려가 반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맞이하기 때문이다.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제자들의 얼굴과 처음 교단에 섰을 때의 설렘이 되살아난다. 올해 교육주간의 주제처럼 ‘행복한 학교, 따뜻한 교실’을 만들기 위해 이번 스승의 날을 기점으로 과연 교직사회가 무엇에 매진해야 할까 고민도 된다. 많은 생각 끝에 올해 ‘스승의 날 및 교육주간 메시지’를 ‘존사애제(尊師愛弟)’로 잡아 교육계 안팎으로 전한 바 있다. 즉 ‘스승을 공경하고 제자를 사랑하자’는 다짐이다. 학생 교육을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학교폭력으로 괴로워하는 사랑하는 제자들이 없고, 신뢰와 존경을 받는 교직사회가 되기 위해 이번 ‘스승의 날’에 다음과 같이 교육공동체 운동을 전개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로 사제 간, 학부모와 교원 간 신뢰와 사랑의 마음을 전했으면 한다. 세계 최고 정보기술(IT) 강국의 면모를 살려 SNS·문자·메일 등을 통해 스승과 제자, 학부모와 선생님 사이에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와 같은 따뜻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면 어떨까. 바쁜 일상으로 자녀·학생 교육과 관련해 학부모와 선생님 간 상의와 만남이 어렵다는 점에서 보편화된 SNS·문자·메일을 활용하면 효과성도 높고 시대 흐름에도 부합할 것이다.

 둘째로 스승의 날을 시작으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학생·학부모·선생님 사이의 진지한 대화와 토론의 시간을 가져줄 것을 학생·학부모·교원에게 호소한다. 난치병이 된 학교폭력으로 우리의 사랑하는 제자들이 괴로움을 당하는 상황에서 전국의 교육자는 마음 편히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기 어렵다. 학교폭력은 학교의 노력만으로 근절하기 어렵다. 붉은 카네이션의 의미를 되새기고, 제자의 고민과 어려움을 상담하는 선생님, 마음을 열고 학교생활과 학업·진로 등에 대한 부담을 선생님께 다가가 이야기하는 학생, 자녀의 학교생활·친구관계·진학 등에 대해 논의하는 학부모 모습이 이루어진다면 학교폭력도 자연스레 줄어들지 않을까.

 셋째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단위 학교 협력모델을 마련하자. 학생·학부모·교원이 함께하는 ‘학교폭력 근절 봉사단’ 결성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정부와 시·도교육청 차원의 하향식(Top-down) 예방·근절 대책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학교폭력은 발생 요인이 다양하다는 점에서 학교 실정에 맞는 대책 또한 중요하다. 따라서 학교 차원에서 의지를 갖고 실질적 방안을 마련하고, 이를 추진하는 주체가 필요하다. 학생·학부모·교원 대표가 참여하는 ‘학교폭력 근절 봉사단’도 하나의 좋은 협력모델이 될 수 있다.

 “그저 한번 더 웃어주고 기다려 줄 뿐이었는데… 매일 아이들을 믿고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기다려 줄 것이다. 조급해하거나 보채지도 않고, 차근차근 천천히, 또 더 많이 기다릴 것이다.” 이는 최근 교총이 실시한 우수 생활지도 사례 공모 후보작에 담긴 내용이다. ‘스승의 날’에 모든 교육자가 마음에 담을 내용이다. 전국의 선생님께 교단에 처음 섰을 때의 설렘과 의지, ‘나는 스승이다’라는 자긍심으로 힘들지만 더욱 힘내자는 격려를 드린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