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하고 솔직함을 담은 영화, '눈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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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아이들은 방안에 숨어있지 않는다. 마음껏 본드를 마시고, 원조교제에 동거생활까지 서슴지 않는다. 누가 이들의 소리없는 눈물을 닦아줄 것인가?

영화 '눈물'은 과감하고 도발적이다. 디지털 방식으로 제작된 이 영화는 철저하게 아마추어 배우들 연기에 의존해 거리의 청소년들의 황폐한 삶을 들여다본다.

어른들은 주먹과 빗자루, 가스총까지 동원해 아이들을 때리고 윽박지른다. '눈물'은 10대들의 눈높이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는, 영민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순진한 영화다.

영화에서 부모가 싫어 가출한 '한'은 친구 '창'을 만난다. 술집에서 창 일행이 여자애들과 집단 섹스파티를 벌이려는 순간, 한은 새리라는 여자애의 탈출을 돕는다. 단란주점 삐끼가 된 한은 란과 지배인 용호 등을 만나게 된다.

다시 새리와 재회한 한은 오토바이를 몰고 다니는 새리에게 호감을 느끼고 동거생활에 들어간다. 새리 역시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남자에게 좀처럼 몸을 허락하지 않는 새리는 한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란은 새리와 지배인 사이에서 일어난 말다툼을 진정시키다가 머리를 크게 다친다. 게다가 창의 꼬임에 빠져 원조교제까지 경험한다.

한 일행은 바다를 보기 위해 오토바이를 타지만 이들이 찾은 바닷가는 한없이 황량하기만 하다.

'눈물'을 만든 이는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임상수 감독. "개인적으로 '눈물'은 생 양아치 영화라고 생각한다. 거리의 아이들이 겪는 삶, 그런 생동하는 느낌을 담고 싶었다"는게 감독의 이야기다.

'처녀들의 저녁식사'에서 감지할 수 있었던 감독의 신랄한 문제의식, 관객과 평단의 시선을 적절하게 참조하는 영민한 연출기법은 '눈물'에서도 여전하다.

영화에서 눈에 띄는 것은 촬영이다. '사로'와 '생강' 그리고 '소년기' 등의 이두만 촬영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실험적인 감각의 참신한 촬영기술을 과시하고 있다. 디지털 영화의 특징이라고 할만한 자유분방한 카메라의 움직임, 그리고 유려한 이미지의 배합으로 영화를 보기좋게 포장해놓은 점은 이 젊은 촬영감독의 능력에 힘입은 바 크다.

'눈물'은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와 어떤 부분에서 비슷하다는 지적을 받을 것 같다. 거리의 아이들, 그들의 거칠고도 한편으로는 고립된 생활을 정면으로 응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눈물'은 '나쁜 영화'처럼 가짜 다큐멘터리인 척 가장하지는 않는다는 차별점을 갖는다. 개성있는 캐릭터가 살아있고 드라마의 흐름을 충실하게 짜맞추려는 의도가 분명한 것이다. 영화 후반으로 가면서 이는 구체적으로 나타나는데 일탈을 거듭하던 한과 창 일행이 기성세대, 그리고 공권력과 부딪히면서 느낄 수 밖에 없는 좌절감이 생생하게 포착되고 있다.

'나쁜 영화'가 다소 모호한 태도를 보이며 사실주의와 다큐멘터리적 시선 사이에서 관객을 교란했다면 '눈물'은 좀더 냉철하고 솔직함을 담은 영화라 봐도 좋을 것 같다.

'눈물'은 여러 미덕을 겸비한 영화다. 몸을 사리지 않은 10대 배우들의 연기, 그리고 조연들의 호연도 언급할 수 있다. 임상수 감독은 이 '위험한' 청소년들의 시각에서 기성세대와 사회의 부조리를 낱낱이 파헤치고 따지려 든다. 딸을 재회한 란의 아버지가 폭력을 휘두르는 순간, 창이 나타나 "아버지면 다야? 나이값을 해야지!"라며 저항하는 장면이나 경찰에게 쫓기는 창 일행이 피투성이가 된 채 거리에 쓰러지는 장면은 영화의 메시지가 그리 가볍지만은 않음을 증명한다.

같은 점에서 영화 '눈물'은 때로 혼란스럽다. '나쁜 영화'를 전범으로 하는, 10대 청소년들의 성적 일탈을 일종의 관음증적 시선으로 담아냈다는 해석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눈물'은 임상수 감독의 재기 번득이는 소품인 동시에 그의 또다른 문제작 리스트에 올려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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