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현대건설 눈물겨운 리그 참가

중앙일보

입력

극심한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건설이 천신만고 끝에 8일부터 개막되는 겨울리그에 참가한다.

올해 예산을 단 한푼도 확보하지 못한데다 진성호 감독마저 여자농구연맹(WKBL)에서 제명당해 지휘봉을 놓아 사실상 리그 참가가 어려웠던 현대건설은 5일 그동안 미뤘던 유니폼 제작을 발주하는 등 겨우 대회 참가 준비에 들어갔다.

WKBL 김원길총재가 4일 현대건설 김운규 사장을 직접 만나 "현대가 겨울리그에 참여한다"는 약속을 받아내면서 현대건설은 리그 개막 3일전에야 출전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현대건설이 리그 참여를 확정짓기까지는 눈물겨운 사연이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한 때 여자농구를 호령하던 '명가' 현대의 몰락이 새삼스럽다.

우선 현대건설 농구단 코칭스태프는 한태희코치와 전주원 플레잉코치 등 단 2명으로 구성됐다.

구타사건으로 제명된 진성호 감독의 사면이 좌절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하지만 삼성생명과 양강을 이뤘던 현대로서는 초라하기 짝이 없는 지휘탑이다.

더구나 한코치는 정식 코치도 아닌 전담코치 신분이고 전주원은 '무늬'만 코치일 뿐 선수로서의 역할이 먼저다.

또 현대건설 선수 가운데 올해 연봉 계약을 마친 선수가 단 한명도 없어 명색이 프로인 선수들이 연봉계약도 없이 팀 유니폼을 입고 정규경기에 나서는 '해프닝'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번 시즌부터 그동안 입어오던 '쫄쫄이 유니폼'을 폐지하고 헐렁한 티셔츠와 반바지 유니폼으로 바꾸기로 한 WKBL의 결정도 현대건설에는 시련이 됐다.

새로 유니폼을 맞춰야 하지만 예산도 없고 더구나 유니폼에 홍보용 로고를 찍는 대신 돈을 대겠다는 스폰서를 구하는 것도 큰 숙제였다.

구단 관계자는 "계열사라는 계열사는 모두 접촉해봤지만 선뜻 응한 곳이 없었다"면서 "리그 참가 의사를 명확히 밝히지 못한 것도 유니폼 스폰서를 구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이날 발주에 들어간 유니폼에 로고를 넣기로 한 계열사도 구두합의만 되어 있을 뿐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시한에 쫓긴 구단이 일단 발주에 들어간 것.

총체적 난국 속에 겨울리그에 나서는 현대건설이 어떤 성적을 낼지 관심이 아닐 수 없다. (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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