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포스코ICT와 차명폰 통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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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박영준(52·구속)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2010년 7~8월 ‘차명(借名)폰’으로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 ICT 측과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포착됐다. 포스코ICT는 포스코그룹의 시스템통합(SI) 업무를 담당하는 정보기술(IT) 계열사다. 앞서 검찰은 같은 시기 박 전 차관이 포스코 사장급 고위 인사와 집중적으로 통화한 사실도 밝혀낸 바 있어 박 전 차관을 비롯한 ‘영포라인’ 정권 실세들이 포스코그룹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선 박 전 차관이 2009년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도 개입한 의혹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13일 검찰 등에 따르면 국무총리실의 2008년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재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박 전 차관의 비서관 이모(39)씨 명의로 된 차명폰 사용 내역을 조사한 결과 박 전 차관 등이 이 전화로 2010년 7~8월 포스코ICT와 서너 차례 통화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앞서 같은 시기 이 휴대전화로 당시 포스코 사장급 인사 A씨의 휴대전화로 5~6차례 통화가 집중된 사실을 확인하고, 포스코건설의 파이시티 사업 참여와 관련된 게 아닌지 의심해 왔다. 비슷한 시기 박 전 차관은 이 휴대전화로 ‘비자금 관리인’으로 의심받고 있는 이동조(59·중국 체류 중) 제이엔테크 회장과도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었다. 이 차명폰은 2010년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1차 수사 당시 최종석(42·구속기소) 전 청와대 행정관의 차명폰과 통화했던 휴대전화이기도 하다.

 검찰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1차 수사와 포스코건설의 파이시티 사업 참여가 구체화되던 시기 박 전 차관이 차명폰을 통해 관련자들과 집중적으로 통화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 차명폰을 개설한 이모 비서관은 검찰에서 “(포스코와는) 민원관계로 자주 통화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진술로 미뤄 박 전 차관이 파이시티 사업 참여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현재 파이시티 로비 의혹 수사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맡고 있으며,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에서 수사 중이다. 역시 박 전 차관의 연루설이 나오고 있는 CNK 주가조작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가, 포스코건설의 파이시티 사업 참여와 관련된 고소·고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가 맡아 수사 중이다.

 앞서 이정배(55) 파이시티 전 대표는 검찰에서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이 비밀리에 업무협약을 맺고 파이시티에 대해 파산신청을 한 뒤 사업을 가로챘다”고 주장했었다.

 박 전 차관은 2009년 포스코 회장 선임 과정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어 포스코건설의 파이시티 사업 참여 과정에 박 전 차관의 역할이 드러날 경우 검찰 수사 역시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동현·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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