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 K-리그서 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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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산소탱크’ 박지성(31·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 K-리그 붐업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직접 K-리그 경기장을 방문해 팬들과 교감키로 했다.

 박지성은 20일에 ‘빅 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애칭)’를 찾는다. 수원 삼성과 울산 현대의 K-리그 13라운드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서다. 2003년 에인트호번(네덜란드)에 입단하며 유럽 무대에 진출한 이후 박지성이 K-리그 경기장을 공식 방문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지성은 2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제2회 아시안 드림컵(박지성 자선경기)’을 앞두고 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럼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 프로축구 경기장을 찾는 건 K-리그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할 수 없어서다. 올 시즌 K-리그는 관중수 감소로 몸살을 앓고 있다. 11라운드까지 합산 관중은 67만728명으로 경기당 7622명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점(1만2945명)과 견줘 40%가 넘게 줄었다. 올 들어 프로축구연맹이 이른바 ‘관중수 뻥튀기’를 근절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프로야구의 인기에 눌려 K-리그가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선두권 강팀들이 맞붙는 빅매치조차 TV 중계가 붙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이런 상황을 안타까워하던 박지성이 용기를 냈다.

 박지성이 K-리그 첫 방문 장소로 빅버드를 택한 건 연고지 수원과의 인연 때문이다. 박지성에게 수원은 제2의 고향이다. 전남 고흥 태생이지만 수원 세류초와 안용중, 수원공고를 거치며 성장기의 대부분을 수원에서 보냈다. 오랜 기간 유럽 무대를 누벼온 박지성은 지역민과 연고 클럽의 끈끈한 관계를 당연시한다. 박지성이 “가장 좋아하는 K-리그 팀은 수원”이라 공공연히 말하는 이유다. 수원과 울산의 경기 당일에 박지성은 사비를 털어 모교인 세류초·안용중·수원공고 전교생과 교직원을 빅버드로 초청할 예정이다. 친필 사인이 담긴 축구화와 사인볼도 기증한다.

 박지성의 부친 박성종씨는 “지성이는 예전부터 ‘기회가 된다면 빅버드를 직접 찾아 응원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면서 “지성이가 고향 팀인 수원에 애착을 느끼는 건 사실이지만 나중에 직접 뛸 기회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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