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유동성 위기에 올 매출목표 낮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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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벤처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우려, 올해 매출 목표를 대폭 낮춰 잡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메디슨은 올해 매출 목표를 지난해 매출액 2천700억원보다 400억원 낮은 2천300억원으로 잡았다.

해마다 30% 이상 매출을 늘려왔던 메디슨이 매출 목표를 전년보다 낮춰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메디슨은 "지난해 신용등급 하락으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던 게 사실"이라며 "매출위주의 성장경영을 할 경우 자칫 현금흐름에 차질이 빚어질수 있어 매출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단말기가 주력 생산품목인 세원텔레콤은 올해 국내외 주문액이 1조5천억원에 달했지만 매출 목표는 이보다 5천억원이 적은 1조원으로 설정했다.

세원텔레콤 김윤곤 홍보실장은 "매출 발생후 수금까지 통상 3-6개월의 시간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수금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유동성 위기에 빠질수 있어 경영안정을 위해 매출목표를 낮췄다"고 말했다.

또 디지털 셋톱박스 단일 품목으로 1억달러 수출을 돌파, 관심을 모았던 휴맥스도 올해 매출목표를 작년 매출 대비 80% 성장에 그친 2천500억원으로 확정했다.

이런 매출목표는 휴맥스가 99년 대비 2000년 매출 성장률이 250%였던 점을 감안할때 낮은 수준이다. 휴맥스의 매출액은 98년 257억원, 99년 541억원, 2000년 1400억원으로 급성장해왔다.

휴맥스는 "올해 세계 디지털 셋톱박스 수출시장 성장률이 25%로 예상되는 데다 그간 유럽, 중동, 아시아에 국한됐던 수출시장이 미국까지 확장된 점을 감안하면 100% 이상 성장이 가능하지만 매출목표는 이 보다 낮게 잡았다"고 밝혔다.

시스템 통합과 인터넷 솔루션업체인 다우기술도 작년에 1천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올해는 매출목표를 이보다 350억원 낮은 70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메디슨 박형준 홍보팀장은 "올해 벤처업계의 최대 화두는 `유동성 확보'"라면서 "매출후 수금까지 기간이 길어질 경우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매출 목표 축소가 불가피하며 이런 현상은 제조 벤처기업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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