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위크]사회의 광기에 맞선 미니멀리즘

중앙일보

입력

프랑스의 가구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리애그르(57)
는 1980년대 말 파리 시내 센江 좌안(左岸)
에 있는 몽탈랑베르 호텔의 내부 장식을 맡으면서 동료들의 관심을 끌었다.

짙은 색 목재와 질좋은 가죽, 천연 리넨으로 제작돼 단순하고 견고하며 선불교적인 인상을 주는 그 호텔의 외관에서 아시아풍의 미니멀리스트 운동이 시작돼 오늘날까지 인테리어 디자인 업계를 지배하고 있다. 리애그르는 이후 마크 제이컵스, 캘빈 클라인, 발렌티노 같은 패션 디자이너들을 위해 상점과 가정용 가구들을 제작했다. 또 최근에는 뉴욕 맨해튼에서 문을 연 머서 호텔의 실내 장식을 맡았다. 뉴스위크의 데이나 토머스 기자가 파리의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오늘날 가구 디자인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데.

가장 많이 모방되기는 한다.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로 하여금 디자인 개발 속도를 높이도록 채찍질해주기 때문이다.

▶어디서 영감을 얻는지.

셰이커 교도나 승려들이 그랬던 것처럼 단순한 수공예 목재 가구에서 영감을 얻는다. 오랜 세월을 견뎌내며 사람과 더불어 살 수 있는 가구에 대한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왜 미니멀리스트 스타일이 인기를 얻게 됐나.

환경이 단순해질수록 사고에 방해를 덜 받는다. 오늘날 삶은 도전의 연속이기에 단순한 디자인의 가정에서 평화를 찾아야 한다.

▶가장 유명한 디자인은 모래시계처럼 생긴 날카롭게 각진 목재 의자다. 어떻게 그 모양을 착상했나.

어느날 저녁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스튜디오에서 열린 만찬에서 사람들이 브랑쿠시에 대해 얘기했다. 나는 브랑쿠시의 스튜디오를 방문하고는 넋을 잃었다. 그래서 10년 전쯤 브랑쿠시에게서 영감을 받은 의자를 디자인했다. 브랑쿠시가 했던 것처럼 나무 기둥에서 잘라낸 가공하지 않은 목재를 사용했다.

▶‘웬지’(wenge)
라는 아프리카産 짙은색 목재 사용으로도 유명한데.

그 목재를 쓴 이유는 그것이 철로의 이음새 용도로나 쓰여 구입비가 거의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니스칠을 하면 아름다운 색이 된다. 지금은 거의 멸종돼 아주 값비싼 목재가 됐다. 지금은 주로 인공조림된 유럽 목재를 쓴다.

▶디자인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일종의 거주 공간이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프랑스의 현대 가구 디자이너 필립 스타르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디자인’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환경 내에서 편안해 하는지에는 관심이 없고 단지 자기과시를 위해 작품을 만들며 자신의 자아를 디자인에 집어넣는다. 그는 고객의 요구는 고려하지 않는다. 디자이너는 항상 고객을 생각해야 한다.

▶현재 디자인의 추세는.

잘 모르겠다. 나에게 디자인은 그림과 같아서 항상 같은 성향을 지니게 된다. 나는 유행을 따르지 않는다. 단지 현재 내가 하는 일을 계속 할 것이고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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