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 에닝요 … 정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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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에닝요

순혈주의 성향이 강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브라질 출신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뛰게 될까.

 대한축구협회가 9일 에닝요(31·전북 현대)의 귀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원재 축구협회 홍보국장은 “최강희 대표팀 감독의 요청과 본인의 뜻에 따라 에닝요의 특별귀화를 추진한다. 법무부에 귀화를 신청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귀화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에닝요는 사상 첫 외국인 출신 축구 국가대표 선수가 된다.

 그동안 다른 종목에서는 특별귀화로 한국인이 돼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경우가 있다. 2010년부터 법무부가 분야별 인재에게 복수국적을 허용하면서 특별귀화가 시행됐다. 농구의 문태종(37·전자랜드)·태영(34·모비스) 형제, 김한별(26·삼성생명)과 쇼트트랙의 공상정(16·월촌중)이 특별귀화로 한국인이 됐다. 이들은 혼혈선수(문태종·문태영·김한별), 화교 3세(공상정)로 한국인의 피가 섞였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돼 혜택을 받았다.

 반면 축구에서는 귀화선수를 대표팀에 활용한 전례가 없다. 신의손(52)·이사빅(39)·이성남(35) 등 일반귀화로 한국인이 된 축구선수는 있지만 대표팀에 뽑히지는 못했다. 일본만 하더라도 1990년대부터 라모스·로페즈·산토스 등 브라질 출신 선수들을 귀화시켜 대표팀 경쟁력을 높였다.

 에닝요의 특별귀화를 강하게 원하는 최강희(53) 대표팀 감독은 이젠 여론이 무르익었다고 본다. 그는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 국적을 자랑스러워하는 선수라면, 그리고 국제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우리 축구팬들도 박수를 쳐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에닝요가 귀화하려면 절차상 문제가 남아 있다. 특별귀화를 하려면 대한체육회의 심사와 법무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한체육회가 지난 7일 심사 결과 에닝요의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 추천을 부결시켰다. 대한체육회 법무팀 관계자는 “특별귀화는 일반귀화와 달리 복수국적이 허용된다. 따라서 신중하게 판단해 제한적으로 시행한다는 게 법무부의 방침”이라며 “에닝요는 순수 외국인인 데다 한국어 구사 능력이 떨어진다. 국민 정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부결 이유를 설명했다.

 에닝요가 한국말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건 사실이지만 한국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고 있다. 스포츠에서 언어의 장벽은 그리 높지 않다. 최 감독도 “에닝요는 대표팀에서 뛸 실력을 갖췄다. 에닝요와 기존 선수를 하나로 묶는 건 나의 몫”이라고 에닝요의 대표팀 합류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조중연 축구협회장은 조만간 권재진 법무부 장관을 만나 에닝요의 특별귀화를 도와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추후 논의를 통해 에닝요가 특별귀화 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당초 축구협회는 라돈치치(29·수원 삼성)도 특별귀화를 신청하려 했으나 라돈치치가 일본에 5개월 임대된 적이 있어 귀화하더라도 규정상 월드컵 최종예선 네 경기에 나설 수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신청을 철회했다.

  현재 K-리그 프리킥골 1위(16골)에 올라 있는 에닝요는 측면 공격수로 173경기에 출전해 66골·48도움을 기록했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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