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다카르 랠리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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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다카르 랠리는 프랑스의 모험가 티에리 사빈(1986년 사망)의 '실패한 모험' 에서 비롯됐다.

1970년대 중반 모터사이클로 사하라 사막을 건너다 길을 잃어 목숨을 잃을 뻔했던 사빈은 극한 상황을 넘나드는 모험에 매료돼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는 자동차 경주를 만들 결심을 한다.

그리고 79년 프랑스를 출발, 알제리.니제르.말리를 거쳐 세네갈에 도착하는 오아시스 파리~다카르 랠리가 탄생했다.

이후 22차례 대회를 치르는 동안 파리~다카르 랠리는 경유지.도착지가 조금씩 변경되면서 대회 공식 명칭도 바뀌었다.

88년 10회 대회까지는 알제리 수도 알제를 지나는 파리~알제~다카르 랠리였으나 11회 대회 때는 튀니지의 튀니스를 경유하면서 파리~튀니스~다카르 랠리로 이름을 바꿨다.

또 92년 14회 대회는 24일 동안 아프리카 대륙을 위에서 아래로 종단, 1만2천7백㎞를 달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닿는 파리~케이프타운 랠리였다.

그러나 사하라 사막 통과 구간은 대회마다 빠짐없이 포함되면서 희생자가 속출했다. 지금까지 희생당한 40여명 중에는 대회 창시자 사빈도 들어 있다.

86년 7명이 사망한데 이어 88년에도 출전자.민간인.취재기자 등 7명이 사망하자 로마 교황이 직접 나서 "생명을 경시하는 비인간적인 대회를 중단하라" 고 촉구하기도 했다.

매년 출전 차량의 평균 완주율은 30~50%. 지난해에는 4백7대 중 1백41대만 탈락해 '우수한 편' 이었다.

완주에 최대 장애물은 한치 앞을 예측 못하는 변화무쌍한 경주 코스다.

하루에도 서너차례 타이어 펑크가 나는 자갈밭은 물론 수십m 높이의 모래 언덕을 넘다가 차량이 모래밭에 빠져 오도가도 못하고 모래를 퍼내며 몇시간씩 허비해야 한다.

강풍이 거대한 모래산들을 날려버려 코스 설명이 나와 있는 로드북에는 분명히 모래 언덕이 있는 것으로 표시된 지역이 허허벌판인 경우도 흔하다.

때문에 운전자와 항법사(내비게이터)는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차량 위치를 확인하고 로드북.지도를 수시로 참조하며 진행 방향을 결정하지만 도움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

운전자에게는 사막 한가운데서 길을 찾아나서는 과감한 판단력과 웬만한 차량 고장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정비능력이 필수적이다.

해마다 새해 첫날 파리에서 출발하는 것도 파리~다카르 랠리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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