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당 대표 이기웅씨 산문·사진집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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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장이는 글을 쓸 줄 모른다.아니 글을 쓰지 않는다. 그들은 글 쓰는 이들의 삶으로부터 꿈을 빌어 온다."

출판사 열화당의 이기웅(60) 대표가 사진집 '세상의 어린이들'(열화당) 과 함께 펴낸 산문집 '출판도시를 향한 책의 여정'(눈빛) 에서 들려주는 글은 역설적이다. '꿈을 빌어 오는' 대신 이번에는 자신이 꿈을 펼쳐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책 두권은 그의 갑년(甲年) 을 기념하기 위한 작은 징표다.보통 단행본들 보다 작은 판형을 선택한데서 이기웅의 예절(그가 즐겨쓰는 어휘가 '예절'이다) 을 읽어낼 수 있다.

이중 산문집의 경우 자신의 대학출강 시절 제자인 이규상(눈빛 대표) 이 나서서 원고를 모으고 봉정(奉呈) 하는 과정을 거치는, 보기 좋은 모양새를 취했다.

장인적 책 제작으로 유명한 사람이기도 한 이기웅의 책 두권은 미담,그 이상이다.그는 꿈이란 '모반의 꿈'이어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지식문화의 연출자'인 출판장이로서의 일관된 꿈을 고집스레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이다.그는 책에서 출판행위에 대한 모더니즘적 신념을 거듭 보여준다.

"출판은 학교나 법원이나 종교단체와 함께 '진리의 기구'라 일컬어질 정신영역의 존재입니다.무슨 도덕 강의같은 소리나 할지 모르나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왜 책을 만듭니까? 출판은 한 시대의 소명입니다. 사람의 정신을 다루고 정신에 자양을 공급하는 젖줄과 같은 것이지요."(6-7쪽)

부박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그이 몽상가적 신념은 파주출판단지에 대한 오랜 구상과 현재진행형의 실천으로 표현되고 있다.산문집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어떻게 하면 이 시대를 위한 출판의 인프라를 구축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인문정신에 충실하기 때문에 읽을거리로도 추천할 만하다. 오랜 지기(知己) 인 사진작가 강운구가 편집을 거들어준 사진집은 세계의 어린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따듯하다. 역시 그의 지기인 소설가 조세희가 서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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