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 할 줄…" 아이비리그 스타 강사 된 별넷 장군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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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매크리스털(左), 멀린(右)

“처음 대학에 강의 왔을 땐, 학생들이 데모라도 할 줄 알았지요.” 미국 명문 예일대에서 리더십 강의를 하고 있는 스탠리 매크리스털 장군의 말이다.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사령관 출신인 그는 2010년 말 전역한 뒤 예일대에서 강의를 해왔다. 강의는 아프간 참전 현장부터 미국의 쿠바 피그만 침공사건, 베트남 전쟁 등을 넘나든다. 학생들의 호응도 높아서 20명 정원에 200명 이상이 몰린다. 은퇴 장성들일지라도 학내 강연이 금기시되던 미국 대학의 반전(反戰) 전통에서 확 달라진 풍경이다.

 뉴욕 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최근 아이비리그 대학(미 동부 명문사립대)들이 전·현직 4성 장군들을 잇따라 초빙해 강의를 맡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멀린 전 합참의장은 오는 가을학기부터 프린스턴대에서 외교 및 군사 관계를 강의한다.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의 에릭 T 올슨 전 특수작전사령관은 컬럼비아대에서 군사전략을 맡을 예정이다. 이미 하버드대는 정기적으로 4성 장군들을 강의에 초청해 왔다. 지난달에도 퇴역 장성이자 중앙정보국(CIA) 국장인 데이비드 H. 페트라우스와 마틴 E. 뎀프시 합참의장 등이 캠퍼스를 방문했다.

 NYT는 이들 강연이 신세대의 호응을 얻는 게 베트남전 세대들에겐 놀라울 것이라면서 그 원인을 분석했다. 가장 큰 요인은 전쟁에 대한 인식 변화다. 실패한 전쟁인 베트남전과 달리 자원 병사들이 몰린 아프가니스탄전·이라크전은 군의 사기를 드높였다. 스스로도 평화유지군으로 참전했던 학생들은 전설적인 장성들의 강연을 호기심에서 신청한다.

 군사학을 통해 리더십의 요체를 배울 수 있는 점도 강점이다. 매크리스털은 최근 강의에서 흑백인종분리정책(아파르트헤이트) 문제에서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역설했다.

그의 개인사도 학생들의 관심을 끈다. 매크리스털은 아프간전 사령관으로 임무수행 중이던 2010년 미국 정부의 일부 정책결정권자들과 의견대립을 보이다가 해임됐다. 당시 상황은 주간지 롤링 스톤이 ‘다루기 힘든 장군(The Runaway General)’이라는 기사로 보도해 널리 알려졌다. 매크리스털 장군은 이 기사도 강의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전직 장성들의 강연은 외부에 내용이 알려지지 않는다. 군 작전이 민감한 사안일 뿐만 아니라 장성 개인의 경험을 학문 테두리 안에서 다루는 조심스러움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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