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면 맥주, 지면 소주 마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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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달 24일 대구에서는 삼성과 롯데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렸다. 8회 말까지 삼성이 2대0으로 앞서 갔다. 삼성은 9회 초 ‘끝판 대장’으로 불리는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그는 홈런을 포함해 4안타를 두들겨맞으며 6실점했고, 결국 경기는 삼성의 역전패로 끝났다. 대구에서는 이날 경기 시작 전 맥주와 소주 판매율이 6대4쯤을 기록했다. 하지만 삼성이 패하자 소주 판매가 급증해 결국 맥주와 소주의 판매율이 3대7로 역전됐다. 대구에 사는 삼성 팬 김홍민(54)씨는 “우리 팀이 패하면 기분이 나빠 쓴 소주가 좋고, 이기면 기분도 좋아 부드러운 맥주를 자주 마신다”고 말했다.

  최근 프로야구가 날로 인기를 더해가면서 홈팀의 승패에 따라 지역 상권도 덩달아 춤추고 있다. 프로야구 경기가 열리는 날이면 주류나 치킨·모자 같은 야구용품의 매출액이 크게 늘어난다. 특히 홈팀이 이긴 날은 맥주가 많이 팔리고, 진 날은 소주 판매량이 급격히 올라간다. 보광훼미리마트가 프로야구가 열리는 지역의 판매 동향을 분석한 결과다. 7일 훼미리마트에 따르면 인천·대구·광주·부산 등에서는 야구경기가 열리면 없을 때보다 맥주는 28%, 소주는 20%가 더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홈팀이 승리하면 야구경기가 없는 날보다 맥주는 47%, 지면 소주가 62% 더 나갔다.

 프로야구가 열리는 날엔 치킨도 잘 팔린다. 훼미리마트에서 판매하는 조각 치킨의 경우 프로야구가 개막한 4월 둘째 주 판매량이 첫째 주보다 12% 늘었다. 또 지난달 마지막 주에는 개막 전보다 27%가 상승했다. 프로야구 여성팬의 위력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편의점에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인증한 야구모자나 응원도구 같은 야구용품을 구입한 남녀 비율은 58대42 정도 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여성의 구매 비율이 49%로 높아졌다. 훼미리마트의 유선웅 MD기획팀장은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으면서 열기가 고조될수록 각 지역의 야구 관련 상품 소비도 늘어난다”며 “KBO와 제휴한 정품 모자뿐 아니라 아이스크림·삼각김밥 등 관람할 때 필요한 상품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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