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자기 시장 뺏길까 ‘반대’ 외치는 구단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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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김식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2008년 1월 프로야구는 시끄러웠다. 구단 운영을 포기한 현대를 인수하겠다는 기업이 없어서였다. KT·농협·STX 등 유력 기업들이 인수를 검토하다 포기했다.

 특히 KT가 창단되지 못한 걸 두고 많은 야구인과 팬들이 아직도 아쉬워한다. KT가 서울을 연고로 창단하려 하자 서울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두산·LG가 반대했다. KT는 “기존 구단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창단을 중단하겠다”며 발을 뺐다.

결국 투자회사를 모그룹으로 둔 히어로즈(현 넥센)가 창단해 가까스로 8개 구단 체제를 유지했다. 불과 4년 전 얘기다.

 이후 프로야구는 급성장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기폭제로 야구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2007년 410만 명이었던 시즌 관중이 지난해 680만 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800만 명까지 기대한다. 4~5년 사이 중계권료도 두 배 이상 올라 300억원 정도가 됐다.

 야구도시 부산을 연고지로 하는 롯데는 모그룹 지원 없이 구단 운영이 가능할 만큼 수익구조가 개선됐다. 운영비가 매년 200억원 이상 들고,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낸다는 기존 구단들의 엄살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선수를 팔아 운영자금을 마련했던 넥센조차 지난겨울 수십억원을 들여 김병현·이택근을 사들였다.

 프로야구 인기가 올라가고 시장이 커지자 야구단을 하겠다는 기업들이 나타났다. IT 기업 엔씨소프트가 창원을 연고로 하는 제9구단으로 창단 승인을 받았다. 몇몇 기업은 수원 또는 전북을 연고로 제10구단 창단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도 기존 구단들이 길을 막고 있다. 경남 시장을 NC에 뺏기는 것을 못마땅해했던 장병수 롯데 사장은 “국내 시장에서 9·10개 구단 운영은 무리다. 미국·일본 사례를 보면 인구 1000만 명당 1개면 충분하다. 한국은 6개 구단으로도 된다”고 말했다.

 9·10구단을 반대하는 논리는 궁색하다. 신생 팀 창단으로 기존 구단 운영조차 어려워져 공멸할 수 있고, 선수 수급에 문제가 생겨 경기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30개 구단으로 운영되지만 산하 마이너리그 팀은 200개가 넘는다. 모두 프로 팀이다. 일본 프로팀은 12개지만 2·3군까지 운영되고, 실업팀은 수백 개에 이른다. 반면 국내 프로팀은 NC를 포함해 9개밖에 없다. 프로 스포츠의 적정 구단 수를 구매력이 아닌 인구로 따지는 계산법도 어처구니없지만 그나마 계산도 틀렸다. 기존 구단들이 신생 구단을 반대하는 명분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판을 키워 구단의 가치를 더 높이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프로야구를 하겠다는 기업이 한 곳도 없었던 4년 전을 벌써 잊은 것인지 묻고 싶다.

김식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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