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이정희는 그들의 추한 모습 가리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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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당권파(경기동부연합)의 핵심인 이석기 당선인의 총선 홍보 동영상. 그는 동영상에서 인터넷매체 민중의 소리 설립 등을 언급하며 “30대에 전국 정당의 초석을 닦은 조직가였고, 40대에 진보정당의 동맹자였다”고 과시했다. [이석기 블로그 동영상 캡처 화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으로 촉발된 당권파(경기동부연합)와 비당권파 간 갈등은 결국 비례대표 2번 이석기(50) 당선인의 거취와 직결된다. 이정희 대표의 ‘숨은 손’ 격인 그를 어떻게든 원내에 진입시키겠다는 경기동부의 과욕이 선거 부정을 불렀다고 비당권파는 보고 있다. 이는 이 당선인이 그 정도로 경기동부의 숨은 실력자라는 걸 말해준다.

 그와 유시민 공동대표 사이의 ‘당권 거래설’이 퍼진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비당권파 측은 이 당선인이 최근 유 대표를 찾아와 당 대표 출마를 권하면서 “당권을 넘겨 줄테니 당권파 지분을 보장해달라”는 ‘딜’을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당권은 양보할 테니 부정선거 논란을 크게 키우지 말라는 취지였던 거다. 이에 대해 경기동부 측은 “사실무근”이라고 즉각 반박했지만, 유 대표는 “이 당선인이 날 찾아온 건 사실”이라고 했다. 비당권파 측 핵심 관계자는 4일 “이 당선인이 돌아간 뒤 유 대표는 ‘일개 국회의원 당선인이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거 보면, 이석기가 경기동부의 실세이긴 실세구나’ 하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고 전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서 “유시민에게 찾아가 은밀한 거래를 제안한 것은 이정희가 아니라 이석기”라며 “이정희는 그들의 추한 모습을 가리는 예쁜 얼굴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당권파 당선인, 심지어 현직 국회의원도 이 당선인 보호에 올인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전남 순천의 김선동 의원은 3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10명의 같은 당 당선인 간담회를 주재하면서 공동발표문을 내려고 했다. “당선인 중심으로 난국을 타개해 나가자”는 내용이었다. 오병윤·김미희 등 경기동부 소속 당선인들이 거들고 나섰지만 비당권파의 반대로 채택되진 않았다. 비당권파 인사는 “이 판국에 ‘당선인 중심’을 거론한다는 건 ‘국회의원 이석기’를 기정사실화해 쐐기를 박겠다는 뜻”이라며 “충성맹세하냐”고 비판했다.

 비례대표 경선 당시 이석기 당선인의 선거홍보 동영상을 보면 경기동부 내에서 그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동영상에선 그가 “2003년 출소 후 진보정당 건설을 위해 ▶인터넷언론 민중의 소리 ▶여론조사기관인 사회동향연구소 ▶선거전략컨설팅업체 CNP그룹을 설립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진보정당이 기존 제도권 정당과 경쟁할 수 있는 외부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얘기다. 그가 비례대표 후보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재산은 7억6128만원이다. 최근 5년간 세금 납부액은 3259만2000원, 체납액은 15만2000원이었다.

양원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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