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새해예산 8천억 삭감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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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는 24일 정부가 제출한 총 101조3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에서 8천억원을 순삭감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 총무는 이날 새벽 국회에서 회담을 갖고 예산안 삭감규모를 집중 절충한 끝에 이같이 합의하고 24일 예결특위계수조정소위의 구체적인 항목별 조정을 거쳐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처리키로 했다.

이에따라 새해 예산안 규모는 100조2천300억원으로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총무들은 또 예산 증액대상은 재정지원 원칙에 맞춰 농어촌 부채대책과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 정책적인 사업을 중심으로 하고 민원성 및 지역구용 사업은 최대한 억제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같은 합의는 내년에 경기둔화가 예상됨에 따라 불요불급한 예산 집행은 가급적 줄이는 대신 경기부양과 일자리 창출, 피폐화된 농촌 지원 등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는 이와함께 삭감대상 사업선정 등을 정부에 위임하되 각 당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키로 했으며, 재해대책 등 추경 편성요인이 발생할 경우 임시국회 즉각 소집해 처리하는 한편 정부가 경상경비를 최대한 억제키로 한다는 부대조건을 다는 데도 합의했다.

이날 회담에 배석한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장관은 회담이 끝난 뒤 "다소 늦긴 했지만 계수조정을 서둘러 마치고 26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키면 예산 집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여야는 전날 두차례 총무회담을 갖고 예산안 처리 방안을 논의했으나 민주당은 4천억원까지 줄일 수 있다고 주장한 반면 한나라당은 1조원 순삭감을 요구,협상이 난항을 겪는 바람에 23일 본회의에서는 예산안을 처리하는데 실패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예산안은 새 회계연도 개시를 불과 엿새 남겨놓은 2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나 헌정사상 가장 늦게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기록을 수립하게 됐다.

이번 예산안 삭감 규모는 지난 99년의 4천322억원의 2배에 가까운 역대 최대로,약 2조원의 증액에 여야가 합의한 점을 감안하면 정부 원안에서 삭감되는 규모는 2조8천억원 안팎에 달한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맹찬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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