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진보당의 비상식 ‘진보’가 부끄럽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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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부실·부정 선거. 통합진보당은 4·11 총선 비례대표 경선을 스스로 그렇게 규정할 수밖에 없었다. 의혹을 조사한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이 직접 그런 표현을 썼다.

 조 위원장은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당원들의 민의가 왜곡되고 국민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게 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결과 (비례대표 선출이) 정당성과 신뢰성을 잃었다고 판단하기에 충분하다”며 “책임 소재가 분명한 사안에 대해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조작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비례대표 사퇴 문제는 당 공동대표단 회의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조 위원장은 회견 직전 공동대표단 회의에서 “부정이 확인된 만큼 직간접으로 연관된 비례대표 1번(윤금순 ), 2번(이석기 ), 3번(김재연 ) 당선인의 사퇴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조사위 조사 결과 3월 14~18일 치러진 비례대표 경선엔 현장 투표와 온라인 투표에서 모두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현장 투표의 경우 한 투표함에서 동일인 필체의 투표용지가 여러 장 발견됐고, 마감시간 후 투표가 이뤄진 곳도 있었다. 온라인 투표에선 수차례에 걸쳐 투표가 진행되는 중간에 데이터를 고친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인터넷 주소(IP)에서 집단적으로 투표가 이뤄지기도 했다.

 19대 국회에서 연간 20억원 이상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원내 3당의 경선이 ‘지하 운동조직’ 수준으로 진행된 것이다. ‘범경기동부연합’으로 불리는 당권파의 ‘진영논리’와 패권을 지키려는 ‘권력게임의 논리’ 앞에 원칙과 도덕성은 수단일 뿐이었다. 국민참여당 출신의 한 인사는 “종북(從北) 논란을 불러일으킨 민족해방(NL) 계열의 당권파는 ‘적을 이기는 게 최대의 선(善)’이라고 생각하며 절차적 민주성이나 윤리는 전혀 중시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부정이 드러난 이후에도 당권파인 이정희 대표는 “조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고 한다. 비례대표 1~3번은 모두 당권파로 분류된다. 통합진보당은 이정희(민노당)·심상정(진보신당)·유시민(국민참여당)·조준호(민주노총)의 4인 공동대표 체제지만 당권은 민노당 출신이 장악하고 있다. 중앙대 장훈(정치학) 교수는 “초등학교 회장 선거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일반인들의 상식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통합진보당의 문화와 관습은 뜯어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보수성향 단체인 뉴라이트 코리아가 2일 통합진보당을 고발함에 따라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공안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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