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부담없는 전통주 선물로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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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의 터널이 계속되고 있다.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다. 서민층일수록 그 골은 더 깊다. 그렇다고 연말 맨손으로 고향을 찾을 수는 없다. 웃어른을 찾을 때도 그렇다.

이럴 때 선물로는 전통주가 제격이다. 우선 가격이 싸다. 생활용품 선물세트와 값이 비슷하다. 품위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부담스럽지 않다.

문배술은 인간문화재가 빚는 전통주다. 한국의 대표 전통주를 겨냥한다. 세계 각국에는 그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 있다. 중국의 마오타이, 러시아의 보드카, 프랑스의 꼬냑, 영국의 위스키가 그것이다.

한국에는 이런 대표적인 증류주가 없다. 예부터 아예 없었던 게 아니다. 정부의 곡주생산 금지조치로 그 명맥이 단절됐을 뿐이다. 그러다 1989년 정부가 민속주를 장려하면서 문배술은 다시 태어났다.

문배술을 재현한 사람은 인간문화재 이기춘씨. 그의 조부는 평양에서 큰 양조장을 했다. 그의 선친은 이를 상속, 평양의 평천양조장을 경영했다.

해방 후에는 문배주 연 생산량이 3만석에 이를 정도였다. 원래 석회질이 풍부한 대동강물을 사용해 빚어 맛이 일품이었다.

올해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 때 건배주가 문배술이었다.

이씨는 선친의 술빚는 법을 눈 여겨 봐왔다가 이를 재현, 1990년부터 문배주를 김포에서 생산.판매하고 있다.

문배술은 40도 이상 높은 도수에도 불구하고 마실 때 입안이나 혀끝에서 불쾌한 저항감이 없다고 회사측은 소개한다.

또 외국의 증류주와 마찬가지로 독특한 맛과 향기가 입안에 가득 퍼져 든다고 설명한다. 문배술은 배로 빚은 술이 아니다. 찰수수로 빚는다.

주훈이 문배(梨)의 향기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격은 한병에 8천4백~4만5천원이다. 세트는 3만6천5백~23만1천원까지다.

국순당의 '강장백세주' 도 선물로 적합한 전통주다. 이 술은 찹쌀과 전통누룩으로 빚었다. 여기다 인삼.구기자.오미자.백하수오 등 10가지 한약재를 넣어 빚었다.

선물세트로 나온 강장백소주는 업소에서 흔히 마실 수 있는 백세주와는 좀 다르다. 숙성기간이 길고 한약재 함량도 3배나 된다.

가격은 한병 짜리가 1만3천5백원, 2병짜리는 2만8천원이다. 3.4병짜리는 4만1천5백원과 5만5천원이다.

회사측은 불황 때 전통주가 더 잘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연말 매출목표를 지난 추석시즌보다 60% 늘려 잡았다. 32만 세트를 준비했다.

백화점.할인점 등에 판촉사원을 내보내 대면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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