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부인, 英사업가 독살뒤 장군복 입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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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카이라이

보시라이(薄熙來) 전 중국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부인 구카이라이(谷開來·52)가 영국인 사업가를 독살한 며칠 뒤 장군복 차림으로 공식석상에 등장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구카이라이는 군 복무 경험이 없다. 부친 구징성(谷景生)이 인민해방군 총정치부 부주임을 지낸 장군이긴 하다. 로이터 통신은 1일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구카이라이는 지난해 11월 20일께 충칭시 경찰 간부 모임에 등장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구의 옷차림을 보고 크게 놀랐다. 군에서 일한 적이 없는 그가 장군 계급장과 훈장이 주렁주렁 달린 초록색 장군복을 입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구는 두서 없이 장황하게 연설을 했다. 참석자들은 그가 “나에게는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공안국장을 보호할 임무가 있다”고 발언하자 또 한 번 놀랐다. 구는 “나는 충칭에서 왕 국장의 신변을 효과적으로 보호하도록 (베이징의) 공안부로부터 비밀 지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당시 참석자들은 구카이라이의 정신 상태에 몹시 당혹해했다.

 보시라이 가족과 친분이 깊었던 영국인 사업가 닐 헤이우드(41)는 지난해 11월 15일 충칭 시내의 난산리징두자(南山麗景渡假)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초 경찰은 그가 과음으로 숨졌다고 밝혔으나 올 3월 말 영국 정부의 요구로 이뤄진 중국 당국의 재조사에서 독살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경찰 당국은 지난달 10일 헤이우드와 금전 문제로 갈등을 겪어온 구카이라이가 집사 장샤오쥔(張曉軍)을 사주해 독살했다고 발표했다. 통신은 구속된 왕리쥔이 “헤이우드가 해외로 밀반출하는 금액의 10%를 요구하자 구카이라이가 크게 화를 내고 불신하기 시작했다”라고 진술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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