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수확해 바로 팔지요 … 완주 농산물 유통 혁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9면

1일 전북 완주군 용진면의 로컬푸드 직매장을 찾은 소비자가 농민들이 당일 채취한 싱싱한 채소·과일을 살펴보고 있다. [완주=프리랜서 오종찬]

농민 이종배(65·전북 완주군 용진면 용흥리)씨는 1일 아침 일찍 10여 분 거리의 ‘로컬푸드(local food) 직매장’으로 상추를 싣고 나갔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시설하우스에서 수확한 유기농 채소다. 이씨는 200g짜리 한 봉지당 1000원씩 받기로 하고 싱싱한 상추 묶음을 판매대에 올려놓았다. 봉지에는 생산자·생산지·친환경마크 등이 찍힌 라벨도 붙였다. 이날 밤 그의 통장에는 판매금액 13만원이 찍혔다. 이웃집 농민들은 이날 딸기·방울토마토·된장·청국장·고추장 등을 직매장에 내놨다. 이씨는 “유통업자를 통할 때보다 수입이 20~30% 많은 데다 소비자들로부터 ‘싱싱한 채소를 싼값에 먹을 수 있게 해줘 고맙다’는 말까지 들으니 땀 흘린 보람을 느낀다”며 “여름에는 복숭아·자두 등 과일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의 농민·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상설 로컬푸드 직매장이 국내 처음으로 전북 완주군에 문을 열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로 밥상을 차리자’는 의미가 담긴 로컬푸드는 도시·농촌의 상생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은 농민이 그날 생산한 것을 가져와 스스로 가격을 매기고, 365일 소비자와 직거래할 수 있어 농산물 유통혁명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존 직판장은 농협이나 농산물 유통업자가 사실상 다리 역할을 해 ‘무늬만 직거래’라는 비판을 받았다. 김장철·명절에 반짝 열리고 품목도 배추·수박·양파 정도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완주 로컬푸드 직매장은 지난달 27일 용진면 상운리에 개장했다. 260㎡의 매장에는 100여 개의 판매대가 설치돼 쌀·채소·과일·육류 등 70~80가지 농산물을 판매한다. 농민들은 물건을 진열한 뒤 논밭으로 돌아가고 매장 관리·계산은 용진농협이 맡는다. 대신 농민들은 판매금액의 10%를 매장 관리비로 내놓는다.

 농산물은 ‘1일 유통’이 원칙이다. 과일·채소류 등은 아침에 수확한 신선한 것들을 들고 나온다. 가격은 대형 매장의 시세를 참고해 농민들이 직접 정한다.

 임정엽 완주군수는 “농산물은 5~6단계나 되는 유통비용이 전체 가격의 50~60%를 차지한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최단거리로 좁혀 농민과 소비자가 윈-윈 하는 상생모델을 만들자는 차원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업비 5억여원은 완주군·농협이 절반씩 부담했다. 2년 전부터 일본 농촌을 벤치마킹하고 생산품목·물량 조절을 위해 농민·지자체·농협이 수십 차례 만나 의견을 조율하고 교육에도 힘을 쏟았다. 현재 15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직매장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개장 첫날 1400여 명이 몰려 3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둘째 날은 3000여만원, 지난 일요일엔 2000여만원어치가 팔렸다. 완주군의 기대치(500만~600만원)를 4~5배나 웃돈다. 구매자의 90%는 주변 도시민들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