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세 과표구간, 물가 연동해 매년 조정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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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2010년에 이런저런 소득공제를 다 떼고 이른바 ‘과세 표준 금액’ 기준으로 1200만원을 번 A씨. 최저 세율인 6%만큼을 그해 소득세로 냈다. 지난해엔 대략 물가상승분인 4%, 그러니까 48만원을 더 벌었다. 늘어난 48만원은 소득세율 부과 체계에 따라 15%의 세율을 적용받았다. 세금 부담이 확 늘어난 것이다.

 대기업 임원인 B씨는 2010년 과표가 1억원이었다. 그 역시 이듬해 연봉이 4% 올라갔다. 하지만 B씨의 세금 부담은 변동이 없었다. 8800만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 35% 세금을 내는 그대로다. 버는 돈이 늘어날 때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에서 오히려 세금 부담 증가가 가팔라지는 것이다.

 이런 결과를 낳는 소득세율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SERI)가 1일 ‘소득세 과표구간의 물가 연동’이란 보고서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한마디로 “매년 물가 변동을 감안해 소득세율 과표구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지난해 최저세율인 6%를 적용받는 구간이 연간 소득 1200만원(과표 기준)이었고, 지난해 물가가 5% 올랐다면, 올해는 최저세율 구간을 1200만원보다 5% 높은 1260만원까지로 바꿔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골자다.

 SERI에 따르면 실제 미국·영국·프랑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19개 나라에서 이 같은 물가연동제를 실시하고 있다. 스웨덴은 한 술 더 떠 ‘물가상승률+2%포인트’만큼 조정한다. 물가상승뿐 아니라 나라 전체적으로 경제성장을 한 만큼까지 포함해 조정을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소득세 과표 구간을 매년 조정하면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SERI 이태환 수석연구원은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 증가를 감안하면 물가연동제를 해도 경제 규모 대비 소득세의 비중은 줄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이 3.6% 성장을 했다는 건 전체 성장이 물가상승률인 4%를 3.6%포인트만큼 웃돌았다는 의미다. 그러니 과표를 조절해도 성장에 따라 소득이 늘어난 만큼 세수가 늘면 늘었지 줄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이 연구원은 “소득세율 체계를 물가와 연동하는 것은 저소득층에 혜택이 많이 돌아가므로 조세 형평 차원에서도 고려할 만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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