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여파, 점심 망년회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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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여파로 망년회, 동창회 등 대규모 송년모임이 크게 줄어든 가운데 점심식사로 송년모임을 대신하는 이른바 `점심 망년회'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18일 전국 시.도 등에 따르면 대전시 서구 괴정동 대전 롯데백화점 신용판매팀 직원들은 지난 16일 오후 1시 인근 한식당에서 직원 80여명이 모인 가운데 점심식사를 겸한 망년회를 가졌으며 같은 백화점 마그넷팀도 오는 20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인근 한식당에서 찌개백반으로 망년회를 대신한다.

대전 거주 충남 부여 K지역 향우회도 지난 14일 대전시 중구 문화동 모 일식집에서 매운탕을 곁들인 소주 한잔으로 올해 망년회를 마쳤고 유성구 대덕연구단지 내 연구소들도 전체적인 망년회 행사를 취소하고 부서별로 점심식사로 망년회를 대신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대전시 서구 둔산동 중국음식점 홍보성에는 최근 점심예약(10-15명 규모)이 평일 3-4건으로 많이 줄었으나 저녁 예약 1-2건보다 2배나 많아 예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중구 부사동 명성일식도 점심예약 손님이 많아 예약을 하지 않으면 점식식사가 어려운 정도다.

회사원 심 모(35.대전시 서구 둔산동)씨는 '올해 총동창회나 향우회 등 대규모 송년모임을 제외하고는 소규모 모임들은 점심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 참석하는 망년회 중 절반 가량은 점심식사로 설렁탕집에서 설렁탕 한 그릇으로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부산지역 기업체들은 망년회란 단어가 거의 실종상태다.

부산 중소기업 브랜드사인 ㈜테즈락의 경우 지난해 부서별로 저녁식사와 함께 일부 술자리를 했으나 올해는 모두 점심모임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부산상공회의소는 지난해 간부들이 저녁에 모여 식사와 함께 술자리를 했으나 올해는 30일 종무식 자리에 김밥과 다과를 차려 놓고 점심을 하는 것으로 송년모임을 대신하기로 했다.

코스닥등록업체인 ㈜아이즈비전도 부서별로 송년모임을 가질 예정이나 경영지원팀 등 대부분의 부서가 자체 회의에서 '경제상황이 나쁜데 부담스런 저녁 대신 점심으로 때우자'고 결정한 상태다.

법정관리 중인 인천 대한통운 임원들도 지난 16일 오후 1시 인천시 중구 항동 오림프스호텔 한정식 식당에서 부부동반 모임을 갖고 불고기 정식을 메뉴로 한 망년회를 가졌으며 식사 후 인천 국제공항 물류단지를 견학했다.

경북 대구시 서구 서대구공단내 D섬유의 경우도 동종 업계와 비교할 때 올해 비교적 경영 실적이 좋았음에도 사회 전반적으로 또다시 밀어닥치고 있는 구조조정 분위기를 감안, 창사 이래 십여년간 해 오던 망년 행사를 올해는 점심식사로 대체키로 했다.

이 회사 사장 김 모(42)씨는 '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지만 앞으로 밀어닥칠 불황을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아 올해는 송년행사를 생략하다시피 하기로 했다'면서 '직원들에게도 연말의 흥청망청한 분위기에 휩싸이지 말도록 간곡히 부탁해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전국종합=연합뉴스) 홍성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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