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유통 실험’… 용산 아이파크몰 옥상에 풋살경기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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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50·왼쪽 넷째)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26일 아이파크몰 옥상에 개장한 풋살 경기장에서 안정환(36·왼쪽) 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및 어린이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현대아이파크몰]

지난해 말 현대산업개발은 34년간의 강남시대를 접고 서울 강북 용산으로 본사를 옮겼다. 올해 초에는 10여 년간 쓰던 기업 심벌까지 바꿨다. “서울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른 용산에서 향후 30년간 새 도약을 준비하겠다”는 정몽규(50) 회장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현대산업개발의 용산시대를 이끌고 있는 정 회장이 이번엔 지상 45m 높이의 옥상에 풋살 경기장을 만들어 시민들에게 개방한다. 축구 꿈나무는 물론 주부·직장인들까지 본사 옥상 위에서 마음껏 공을 차며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26일 국내 최초의 도심 풋살 경기장 개장식이 열린 아이파크몰의 옥상은 축구 행사장을 연상케 했다.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을 비롯해 전 국가대표인 안정환·송종국까지 축구계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도심 빌딩 옥상에 풋살 경기장을 만들자는 구상은 정 회장의 작품이었다. 정 회장은 “직장인과 축구 동호회는 물론 주부 축구단과 꿈나무들까지 즐겨 찾는 공간이 될 것”이라며 “아이파크몰에 풋살 경기장을 2개 정도 증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문을 연 풋살 경기장은 길이 41m와 너비 22m의 국제 규격을 갖췄고 바닥에는 인조잔디를 깔았다. 또 선수 대기실과 샤워실, 야간 조명탑에 관중석까지 갖췄다.

 정 회장은 “풋살 경기장은 축구의 저변 인구를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주변의 시각은 다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는’ 정 회장의 경영 스타일 때문이다. 사실 업계에선 정 회장이 한동안 위기를 겪었다고 진단했었다. 외형보다 수익을 중시하다 보니 현대산업개발의 건설 도급 순위가 밀려서다. 그러나 이 같은 경영 방식은 저축은행의 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가 터지면서 진가를 드러냈다. 외형만 키워온 건설사들이 휘청거린 반면, 내실을 추구했던 현대산업개발은 별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기업을 이끄는 정 회장이기에 용산 아이파크몰에 풋살 경기장을 만든 것도 남다른 포석이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실제 풋살 경기장은 당장 아이파크몰의 고객 집객 효과를 낳을 것으로 보인다. 교통이 편리한 도심에서 스포츠를 즐기고 백화점과 영화관, 전문식당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원스톱 여가생활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10명이 즐기는 풋살 경기장이 고객을 모으는 효과가 있겠느냐”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관람석을 둔 게 바로 집객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정 회장은 또 용산으로 이전한 이후 ‘소통’ ‘집단지성’에 대해 부쩍 강조하고 있다. 최근 전 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소통과 융합이다. 집단지성을 통해 혁신으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박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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