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떠나는 신조, 남는 가와사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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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는 꿈을 좇았고, 가와사키는 현실을 선택했다. 올시즌 FA시장의 최대어인 신조와 가와사키의 행보는 이렇게 엇갈렸다.

한신의 간판타자였던 신조 쓰요시(28)는 올시즌 FA를 취득한 후, 소속팀 한신으로부터 5년간 12억엔이란 파격적인 액수를 제시받았다. 이외에 요코하마나 야쿠르트도 3년간 6억엔에 이르는 고액을 베팅하며 신조를 탐냈다.

하지만 막상 신조가 선택한 뉴욕메츠가 제시한 금액은 3년계약에 약 4억엔에 불과했다. 거기다 이 금액이나마 신조가 다 쥘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계약금을 제외하면 신조의 내년 연봉은 메이저 최저연봉인 20만달러에 불과하고, 옵션을 모두 포함해 받자 최대 70만달러에 불과한 실정이다. 신조에게 더욱 불리한 점은 내년시즌 결과에 따른 재계약 권리를 메츠가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만약 내년시즌 변변한 성적을 올리지 못할 경우, 신조는 바로 보따리를 싸야하는 불안한 입지에 놓인 셈이다.

신조의 입단 발표가 나자 미국 언론은 신조가 메츠에서 외야 대수비나 대주자 정도로 쓰일거라고 예상을 했다. 현실적으로 신조가 메츠의 두터운 선수층을 뚫고 주전 자리를 차지할지는 다소 비관적이다. 신조 스스로도 일단 메이저 로스터에 드는 게 목표라고 말할 정도이다.

신조가 만약 일본 잔류를 선택했다면 엄청난 연봉의 보장은 물론, 한신의 경우엔 4번자리가 보장되고, 요코하마역시 로즈가 빠진 공백을 신조로 메꿀 예정이었던 만큼 중심타선을 확보할 수 있었다. 수비역시 신조는 센트럴리그 최고로 인정받기 때문에 어느팀으로 가든 주전 중견수는 그의 차지가 확실했다.

하지만 결국 신조는 메이저란 모험을 택했다. 물론 신조 본인이 일본에서의 안정과 불확실한 꿈인 메이저 사이에서 그 누구보다 고민했을 것이다. 그리고 고민끝에 신조는 꿈을 택했다. 메츠가 12월초 접근해 오자마자 바로 메이저 행을 결심한데서 알 수 있듯 신조의 메이저리그에 대한 도전욕은 간절한 것이었다. 계약체결 후 "지금보더 더 높은 레벨에 몸 담으며 도전하고 싶다" 고 말하는 신조의 표정은 누구보다도 행복해보였고 기대에 차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14일 오후 야쿠르트의 우완 에이스 가와사키 겐지로(29)는 메이저리그 보스턴 행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보스턴측은 14일까지 가와사키의 결정을 원했는데 그의 대답은 NO였다. 가족을 위해서 꿈을 접었다고 말하는 가와사키의 표정은 지쳐있고 고통스러워 보였다. 이 결정에 대해 가와사키는 꿈 속에서도 생각날 정도로 심각한 고민을 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고백했다.

실제로 보스턴이 가와사키에게 제시한 조건은 3년간 옵션 포함 10억엔으로써 신조보다도 훨씬 좋은 조건이었다. 가와사키로선 이런 조건을 뿌리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가족과 현실을 선택했다. 아내와 2살짜리 아기를 두고 차마 미국으로 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가와사키는 현재 자신을 원하고 있는 일본의 야쿠르트와 주니치 중 한 팀을 조만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후 FA권리를 또 얻으면 그때 다시 메이저행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돈은 문제가 아니라며 불확실한 메이저로의 꿈을 선택한 신조. 가족을 위해 필생의 야망이었던 메이저 行을 포기하며 안정된 현실을 고른 가와사키. 과연 누가 더 현명한 선택이었을까에 대한 해답은 내년 이맘때 쯤이나 되야 나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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