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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이사장 472억 출연 … 서원학원 20년 파행 끝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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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손용기 이사장(左), 손석민 서원대 총장(右)

20여년간 표류해 온 충북 청주의 서원학원이 마침내 정상화의 길로 들어섰다. 새로운 재단영입과 신임 이사장, 서원대학교 총장 취임식을 계기로 명문사학 재건에 나섰기 때문이다. 서원학원은 서원대를 비롯해 운호중·고, 충북여중·고, 청주여상 등 6개 학교가 있는 청주의 대표적 명문 사학재단이다. 그러나 서원학원은 1992년 이사장의 발행어음 부도와 해외 도피로 임시이사 체제가 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후 재단과 교수·학생 간 고소·고발 등 학내분쟁이 이어지면서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9월에는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로부터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새로운 재단영입을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서원학원은 24일 교내 아름관에서 손용기(76) 이사장과 서원대 손석민(45) 총장 취임식을 가졌다. 손 총장은 손 이사장의 아들이다. 서원학원은 이날 취임식을 ‘제2 창학’으로 평가하며 새 출발을 다짐했다. 취임식에는 이시종 충북지사와 이기용 충북교육감, 한범덕 청주시장, 지역대학 총장 등 600여 명이 참석했다.

 취임식에서 손용기 이사장은 “평생 숙원사업이었던 육영사업의 꿈을 이뤄 기쁘지만 책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며 “서원 가족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뼈를 깎는 심정으로 노력하면 과거의 서원학원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학교 운영의 모든 것은 총장과 학교장, 교직원에게 맡기는 책임경영을 펼쳐나가겠다”며 “구성원 모두가 힘을 합쳐 전국 각지의 인재들이 서로 입학하려는 ‘학생들이 오고 싶어하는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서원학원 운영과 관련해 손 이사장은 ▶책임 경영 ▶투명 경영 ▶창조경영 등 세 가지 큰 틀을 제시했다.

그는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로 제정지원제한대학 탈피를 꼽았다. 이를 위해 서원대는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률을 12%에서 16%로 높이고 장학금(18억원) 추가 지원, 연간 장학금 규모 확대(80억원)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또 교육경쟁력 강화를 위해 우수 교수진 50여 명 초빙, 경영관 신축 및 초현대식 기숙사 증축사업 등도 추진 중이다. 서울 배재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한 손 이사장은 경기축산조합 조합장과 ㈜에프액시스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손석민 서원대 총장은 취임사에서 “이 자리는 서원학원을 단단한 반석 위에 다시 세우고 서원대를 명문대학으로 발전시키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생각한다”며 “화합경영과 정도경영, 지표경영, 봉사경영, 미래경영에 목표를 두겠다”고 밝혔다. 손 총장은 정상화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반목 치유, 정책 수립 때 구성원 의견 반영, 대학평가 대비한 시스템 정비, 지역사회에 봉사하는 대학 등을 비전으로 내놓았다. 그는 “10년, 20년이 아니라 수백 년 명맥을 이어갈 대학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 출신으로 경기과학고(현 경기과학영재학교)과 연세대 식품공학과를 나온 손 총장은 2003년부터 호서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한편 손용기 이사장이 서원학원에 출연한 금액은 현금 105억원, 부동산 156억5300만원, 채권액 211억원 등 모두 472억5300만원으로 당초 인수협약보다 7억원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원학원은 취임식 때 축하화환 대신 받은 쌀을 독거노인 등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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