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사소한 습관이 모여 아이의 경쟁력을 결정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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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원장의 '소아 정신 건강'

정신과 전문의
김태훈 원장

모든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자율성을 가진 창의적 인재로 성장하기를 소망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해야 할 일을 척척 해내고 주체적으로 사고하여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아이 말이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자율성을 길러주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양질의 교육을 지원해 주고 고른 균형의 영양분을 공급해 주는 일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요인은 의외로 간단한 곳에 있다. 아이의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가 결국 자율성의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습관을 갖게 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이 버릇은 한 번 형성되면 좀처럼 바뀌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작은 습관 하나하나가 곧 생활의 일부로 편입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식습관과 잠자리 습관은 생활 방식의 형성으로 연결되는데 같은 패턴이 긴 시간 동안 지속되면 아이의 체형도 그에 따라 달라진다. 좋지 않은 자세로 밥을 먹고 잠자는 것이 버릇이 된 아이는 만성퇴행성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외에도 수많은 습관들이 살아가는 방식 하나하나를 형성하면서 결국 아이의 경쟁력을 결정짓는다.

자기계발 도서 중에는 좋은 습관을 형성하는 것에 관련된 책들이 많고 때로는 그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그만큼 좋은 습관의 중요성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겠지만, 습관과 자율성의 강한 연관관계에 대한 인식은 보다 깊어질 필요가 있다. ‘좋은 습관’이란 결국 목적에 따른 생산성 있는 결과를 보장하는 습관을 의미하는 것이며 이러한 습관들이 쌓이는 과정을 통해 사람은 자율성을 습득하게 된다.

자율성은 ‘이드’와 ‘초자아’의 싸움에서 초자아의 승리가 많아야

‘자율성(autonomy)’은 심리학적으로 자아(ego) 기능 중 하나이다. 즉, 이드(id)와 초자아(superego) 사이에서 나타나는 갈등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은 것은 본능 즉 이드(id)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학교에 가야 하는 것은 규범에 따라야 하는 초자아(superego)다. 그리고 둘 사이에서 아침에 일찍 일어날 것인지 더 잘 것인지 갈등하는 것은 이고(ego)다.

아이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형성되어 있다는 말은 본능과 초자아 사이에서 초자아를 선택하는 것에 익숙하다는 뜻이다. 당연히 이 아이는 갈등 없이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도 있듯이 갈등 없이 아침을 시작하면 좋은 컨디션을 가지고 여유 있는 시간활용을 할 수 있다는 두 가지 특권을 동시에 누리게 된다.

반면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일어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갈등을 매일 반복하게 되어 결국 남들보다 하루를 늦게 시작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24시간이라고 말하지만 나쁜 습관을 갖고 있는 아이에게 하루는 24시간 이하가 되어버리고 만다. 게다가 매일 아침 불쾌한 기분으로 일어난 아이의 컨디션이 좋을 리도 만무하다. 이 악순환 속에서 아침마다 조금씩 낭비되는 시간을 평생 동안 합치면 엄청난 양이 될 것이다. 습관 하나가 아이의 평생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셈이다.

자율성은 언제 발달? 좋은 습관을 갖춰야 하는 시기는?

이처럼 자율성은 본능적 충동에 대해 자아가 일종의 저항을 하는 것으로부터 형성된다. 자율성 발달이 시작되는 것은 유아가 세상에 태어나 걷기와 손의 사용을 습득하는 것부터다. 이후에 언어를 습득하고 사고를 하기 시작하면서는 판단력, 계획 능력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고 불안에 따른 공격성과 본능적인 성욕을 조절하는 능력에도 자율성은 지대한 몫을 담당한다.

좋은 습관을 되도록 빨리 습득시킬수록 자율성이 정착할 가능성도 당연히 높아진다. 하기 싫은 일에 대한 갈등적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 자신에게 이롭고 생산적인 활동을 보다 더 많이 할 수 있는 선순환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다. 자율성은 외부의 환경에서 수동적 제재나 명령 없이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서 생각하고 행동하게 함으로서 사춘기가 지난 후 자아가 보다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좋은 습관과 그에 따른 자율성을 갖지 못한 아이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자율성이 형성되지 않으면 그 빈자리는 외부 환경에 대한 공격성이 채운다. 동시에 수동적이고 반항적인 모습이 아이에게 정착된다. 반항심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보다 더 억압하고 억제하게 되어 자아 발달에도 악영향을 준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비관적인 아이들은 인생의 목표를 세우는 것에도 소극적이다. 당연히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는 아이를 따라잡기는 힘들어진다.

지구에서 달로 우주선을 쏘아 올릴 때 0.1도만 각도가 뒤틀려도 우주선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 버린다. 인간의 작은 습관도 마찬가지다.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사소한 것들이지만 쌓이고 뭉치면 그 자체로 아이의 인생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지금 눈에 보이는 아이의 사소한 습관이 자율성 형성으로 연결되고 결국 아이의 인생 전체로 확장된다는 사실을 안다면 우리는 좋은 습관을 갖는 데에 좀 더 많은 정성을 들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김태훈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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