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IMF지원 약속에 일단 진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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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키〓고질적인 금융권 부실이 금융위기의 원인이 됐다.

특히 3주 전 감독당국이 법정관리중인 10개 부실은행의 자금유용 혐의에 대해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불안감을 급속히 확산시켰다.

주가와 통화 가치가 급락하고 하루짜리 콜금리가 연 1천9백%까지 폭등하자 외국인들은 2주동안 62억달러의 투자금을 회수해 국외로 빠져나갔다.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는 1백80억달러로 줄어드는 등 외환위기 가능성이 고조됐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터키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과 긴급 협상에 들어갔다.

IMF는 지난 6일 터키에 강도높은 개혁을 조건으로 75억달러의 신규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데 동의했다.

이 발표로 금융시장은 일단 안정을 되찾았다. 세계은행도 50억달러의 대출 한도 설정을 추진중이며 그중 10억달러는 이달 내로 승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터키 정부와 IMF는 현재 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부실은행 정리에 두고 일단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 비율을 점검하고 있다.

정부 산하의 예금보험기금은 부실한 은행들을 인수, 정리할 계획이다.

터키 정부는 또 통신.항공부문의 국영기업을 잇따라 민영화하기로 하고 곧 구체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렇게 해서 급한 불은 일단 껐지만 완전 진화까지는 아직도 멀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와 무디스 등 신용평가회사들은 자금 경색이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은행들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앞으로 중요한 과제는 터키 정부가 살인적인 고물가 등으로 고조된 국민들의 불만을 어떻게 해소하면서 개혁 작업을 진행해 나가느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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