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팀결산 (6) - 템파베이 데블레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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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 것은 없었다. 허약한 방망이, 허전한 마운드, 허술한 수비, 허름한 홈구장. 템파베이는 지난해와 같은 승수인 69승을 올렸지만, 이것은 지난 겨울에 있었던 전폭적인 투자를 감안하면 명백하게 실망스런 결과였다.

그러나 '그날'로 향하는 템파베이의 진군은 계속되고 있다. 오히려 급히 삼키다 체한 '동기생' 애리조나 사막의 방울뱀을 생각하면, 플로리다의 가오리들은 진득한 맛이 있다.

1. 이상한 결정

98년에 출범한 템파베이는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격언을 지키지 못했다. 템파베이의 홈구장 트로피카나 필드는 이미 90년에 지어진 구장이다.

98시즌이 끝나자 템파베이는 트로피카나 필드를 다시 측량했다. 생각보다 많은 홈런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 아니나 다를까 트로피카나 필드의 외야 펜스는 그들이 알고 있었던 것보다 4m가 더 짧았다. 그리고 99시즌에 앞서 템파베이는 그동안 망가졌던 투수진을 보호하기 위해 펜스를 뒤로 밀었다.

지난 겨울 템파베이는 그렉 본과 바니 카스티야를 데려와 프레드 맥그리프-그렉 본-호세 칸세코-비니 카스티아로 이어지는 공포의 대포라인을 구축했다. 그러나 이러한 타선의 파워강화가 펜스의 거리를 늘린 결정과 상반되는 것임을 생각하면 템파베이의 지난 스토브리그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150개 이상의 홈런을 합작할 것으로 기대됐던 이들은 실제로는 70개의 홈런을 뽑아내는데 그쳤다.

2. 배신, 또 배신

98년 템파베이는 97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샌프란시스코에서 13승을 올린 좌완투수 윌슨 알바레즈를 5년 3천5백만달러에 영입했다. 그리고 이 계약은 짧은 템파베이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계약임이 드러났다. 지난 2년동안 15승을 거두는데 그쳤던 알바레스는 아예 올시즌에는 어깨부상으로 단 1개의 공도 던지지 못했다.

롤랜도 아로호(현 보스턴)를 주고 데려온 3루수 비니 카스티야는 6백만달러의 연봉으로 6개의 홈런을 쳤다. 메이저리그 25위의 승률(.429)을 기록한 템파베이의 연봉총액은 10위.

3. 어둠을 밝히는 등불

팀타율 · 팀득점 14위, 팀득점 13위, 팀홈런 12위. 참고로 아메리칸리그에는 14개팀이 있다. 형편없는 공격력을 보여준 템파베이 타선에서 제 몫을 해낸 타자는 프레드 맥그리프(37)가 유일했다.

맥그리프는 '애틀란타 부동의 4번타자'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98년의 부진을 딛고 지난 2년동안 타율 .293 59홈런 210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비록 그의 장담과는 달리 안드레스 갈라가가는 애틀란타에서 좋은 시절을 보냈지만, 그의 말대로 '부드러운 스윙'은 아직 살아있다.

4. 그날을 기다리며

템파베이가 생각하고 있는 'D-day'는 대폭적인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2002년이다.

새 전력의 중심에는 19세의 천재 외야수 조시 해밀턴이 있다. 지난해 드래프트의 전체 1순위 지명자이자 396만달러의 보너스를 받고 입단한 해밀턴은 올시즌 싱글A 찰스턴에서 기대에 걸맞은 성적을 올렸다. 특히 전문가들이 해밀턴의 앞날을 밝게 보는 이유는 그가 재능 뿐만이 아니라, 야구에 대한 열정과 함께 '노력파'의 기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8월 메이저리그로 승격, 가능성을 보였던 오브리 허프는 내년에는 주전 3루수를 목표로 뛸 것이며, 만능스포츠맨 칼 크로포드와 올림픽스타 브렌트 애버나시는 좋은 1, 2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운드에는 제이슨 스탠드리지를 비롯, 오클랜드에서 데려온 강속구 투수 헤수스 콜럼, '여전히 기대주' 매트 화이트, 좌완투수 바비 세이 등이 빅리그 입성을 기다리고 있다.

한가지 걱정은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으로는 템파베이가 그들을 제대로 길러낼 수 있는 능력이 별로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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