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부실 금융기관 지주회사로 묶지말고 정리해야"

중앙일보

입력

부실 금융기관을 지주회사로 묶는 현행 구조조정 방식을 지양하고 원칙적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권고했다.

또 내년도 거시경제정책은 `선 구조조정, 후 경기부양'의 원칙 아래 추진하고 경기부양이 필요할 경우 재정정책보다 금리 등 통화신용정책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KDI는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국제유가가 재급등하는 최악의 경우 경기침체와 기업.금융부실 확대의 악순환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DI는 8일 KDI 회의실에서 `경제구조조정 평가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국제통화기금(IMF) 3주년 심포지엄'을 갖고 정부 정책의 문제점과 내년도 경제운용방향을 제시했다.

신인석 연구위원은 '국유화한 금융기관에 대한 정부의 선 정상화, 후 민영화 전략의 논리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며 '`최초의 손실이 최소의 손실'이라는 금융구조조정의 경험법칙에 따라 공적자금의 손실이 있더라도 신속한 민영화 추진전략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실 금융기관의 정리방법으로 ▶3자 매각 ▶자산.부채계약 이전(P&A) ▶청산 중 공적자금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채택하도록 명문화하고 이들 방법이 어려울 경우 국유화할 것을 제시했다.

신 연구위원은 '이런 원칙을 적용해 지주회사 방식의 구조조정을 지양하고 시스템 리스크가 없는 소형 부실 금융기관은 가급적 P&A 또는 청산 방식으로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원혁 연구위원은 기업구조조정의 핵심과제로 ▶원칙에 따른 공기업 민영화와 낙하산 인사 차단 ▶부실징후 대기업에 대한 감자후 출자전환 등을 통한 문제 해결 ▶매각추진중인 부실기업의 P&A 방식 처리 ▶영업실적이 부진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의 청산 등을 꼽았다.

임 연구위원은 '주주의 손실을 초래한 경영인과 이를 묵인한 경영감시자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이와 연루된 정치인과 관료, 분식결산을 묵인한 회계법인과 공인회계사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일 연구위원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디플레압력을 경계하되 `선 구조조정, 후 경기부양'의 원칙아래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가급적 통화신용정책 수단을 활용하고 재정정책은 보조적인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내년에 4% 안팎의 성장, 3% 안팎의 물가 상승률, 100억달러 안팎의 경상수지 흑자를 예상하고 최악의 경우 경기침체와 기업.금융부실의 확대를 우려했다.

김 연구위원은 '아시아 주변국 통화가치의 변동을 점검해 원화 가치가 균형수준에서 크게 괴리되지 않도록 유연한 환율변동을 허용해야 한다'며 '최근 유가상승 등 교역조건의 악화를 감안하면 현재 환율수준은 경상수지를 균형으로 유도하는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김문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