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시라이, 장쩌민 힘 이용하려다 되레 당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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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0월 당시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겸 당 총서기(왼쪽)가 보시라이의 아버지인 보이보 당시 중앙고문위원회 부주임과 악수하고 있다. [바이두 웹사이트]

보시라이(薄熙來·63) 전 충칭(重慶)시 당서기의 실각 이면에는 장쩌민(江澤民·86) 전 국가주석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장 전 주석은 보 전 서기의 아버지 보이보(簿一波·2007년 사망) 전 부총리와 각별한 관계였다.

 베이징 정보 소식통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홍콩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발단은 지난 2월 6일 발생한 왕리쥔(王立軍) 충칭시 부시장의 미국 망명 기도 사건 이후 단행된 인사였다. 당시 왕 부시장은 보 전 서기를 ‘당의 최대 간신’이라고 비난한 후 청두(成都) 소재 미국 영사관에 들어가 망명을 시도했었다. 이에 격분한 보 전 서기는 같은 달 17일 왕의 측근들을 배제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여기에 장 전 주석의 조카인 타이잔(邰展)을 시정부 부(副)비서장으로 발탁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부비서장은 비서장과 함께 시의 최고 지도부를 보좌하는 요직으로 통한다. 타이잔은 장 전 주석의 누나인 장쩌링(江澤玲)의 아들로 공직 경력이 없는 인물이다. 부동산 사업을 하다 거액을 날린 후 기소됐지만 실형은 면했다.

 이 인사를 보고 받은 장 전 주석은 보 전 서기가 자신과의 관계를 과시하고 이를 이용해 왕 사건을 무마하려는 의도로 보고 격노했다고 한다. 이후 장 전 주석은 당 지도부에 왕리쥔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는 것이다.

2007년 1월 보시라이(오른쪽)가 부친의 빈소에서 아내 구카이라이에게 상장(喪章)을 둘러주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SCMP도 18일 중국 지도부가 보 전 서기를 공산당 정치국원에서 해임하고 규율 위반 행위를 조사하기로 결정하기 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장 전 주석의 동의와 지지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후 주석이 권력 이양 문제에 집중하기 위해 보 전 서기 처리를 10월로 예정된 18차 당대회 이후로 미루기를 원했으나, 장 전 주석과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의 요구로 조속한 처리 방침을 굳혔다고 전했다. 홍콩의 월간지 명경(明鏡) 인터넷판도 17일 중국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장 전 주석과 쩡칭훙(曾慶紅) 전 정치국 상무위원이 후 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지지를 얻어 올가을 시 부주석으로의 권력 승계가 무리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보 전 서기에 대한 원칙적인 처리를 주문했다고 전했다.

 보 전 서기의 아버지 보이보는 장 전 주석이 권력 정상에 오르도록 측면 지원했다. 보이보는 1989년 6월 천안문(天安門) 사태 직후 열린 13차 당대회 중앙위원회에서 장 전 주석의 총서기 선임에 공개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97년에는 장 전 주석과 대립했던 차오스(喬石) 정치국 상무위원의 퇴진을 돕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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