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로 전략 바꿔 SKY 53명 합격 … 인천 세일고의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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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세일고에서 열린 모의면접 준비수업에서 한 고3 학생이 면접관 역할을 맡은 교사들 앞에서 주어진 문제를 풀며 발표하는 평가방식의 모의심층면접을 치르고 있다. [김진원 기자]

인천 세일고와 서울 환일고. 특목고도 아니다. 강남 8학군에 위치하지도 않았다. 평범한 일반계 고교다. 그러나 이 학교들은 2012학년도 입시에서 재학생의 10% 이상을 SKY대(서울대·고려대·연세대)에 보냈다. 세일고는 서울대 합격생 10명을 배출했고, 환일고는 73명이 SKY대에 합격했다. 특성화된 교육시스템을 개발한 교사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글=최석호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인천 세일고, 교사들 나서 논술·모의면접 지도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세일고는 올해 서울대 10명, 고려대 16명, 연세대 27명의 합격생을 냈다. SKY대 합격생 수가 지난해 41명에 비해 30% 가까이 늘었다. 합격생 중 수시모집을 통과한 비율도 40%에 달한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능 공부에 매진하는 ‘정시형’ 학교였던 세일고가 수시모집 합격생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던 건 차별화된 ‘논구술 방과후 수업’ 덕이었다. “인천 지역에서 공부 많이 시키는 학교로 알려져 있던 터라 당시 대학이 요구하는 수능 최저학력 기준 ‘2개 영역 2등급’을 충족시키는 학생이 많았습니다. 이를 무기로 논술 준비에 치중하면 수시에서도 승산이 있을 거라 생각했죠.” 이병희(79) 교장의 말이다. 서울대의 경우 정시에서 논술을 실시하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은 논술 준비 전략으로 서울대 정시는 물론, 고려대·연세대 등 상위권 대학 수시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강점현(49·사회과·3학년부장) 교사는 1~3학년 담임과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담당 교사들을 모아 ‘논술전담팀’을 구성했다. 학년당 7~8개의 논술반을 개설해 수준별 수업이 이뤄지도록 하고, 매주 90분의 논술수업을 진행했다. 대학 모집단위별 필독도서를 선정해 신입생들에겐 관련 도서를 읽히며 배경지식을 쌓게 했다. 이들이 2학년이 되면 하나의 지문이나 주제를 주고, 이를 토대로 같은 반 학생들끼리 토론한 뒤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을 쓰게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정병남(47·국어과·논구술 팀장) 교사는 “학생들이 고교 입학단계에서부터 자신이 지원하려는 모집단위와 관련한 다양한 책을 읽고 친구들과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지문분석 능력은 물론, 비판적 사고력을 키우도록 한 게 실전 논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3학년에 올라가서는 대학별 준비반을 세분화해 기출문제를 풀며 실전연습을 거듭했다. 그 결과 고려대·서울대·연세대 수시 합격생의 80%가 논술 중심 전형을 통과했다. 세일고는 주5일 수업제가 확대되는 올해부턴 주중 수업 외에도 토요 논술강좌를 개설해 논술교육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세일고는 2012학년도 대입에서 3명의 서울대 수시합격생을 배출했다. 2010·2011학년도엔 서울대 수시합격생이 없었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이 2단계에서 구술면접을 치르는 등 입학사정관전형으로 바뀐다는 사실을 전략적으로 활용한 결과였다. 강 교사는 “상위권 학생들은 내신성적 비교에서 우열의 차이가 거의 없어 학교에서 전과목 1등급을 받기가 쉽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불리한 내신성적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면접을 준비시키는 것뿐이었다.

서울대 지역균형선발, 특기자전형, 입학사정관전형 등 면접을 치르는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따로 모아 고3 여름방학부터 모의면접을 진행했다. 인문계는 국어·사회, 자연계는 수학·과학 교사들이 면접관으로 참여해 학생 개개인의 지원 학과에 맞는 질문 내용을 뽑아 면접을 진행하면서 개인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나갔다. 어학계열 지원자들에겐 영어로 질의·응답을 이어갔고, 자연계 학생들에겐 수학·과학 고난도 문제를 칠판에 풀게 했다. 한 학생당 적어도 5~6차례 면접을 연습했다. 서울대 수시 지역균형선발로 지구환경과학부에 합격한 윤정현(19·고교 내신 1.4등급)씨는 “면접관 앞에서 떨지 않고 대답할 수 있는 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컸다”며 “모의면접 과정에서 질문으로 나왔던 ‘대기와 해양의 순환 원인’과 ‘편서풍 파동의 이유’에 대한 문제가 실제 서울대 면접고사에서도 출제됐다”고 말했다.

서울 환일고, 수준별 수업으로 학습 효율 높여

서울 중구에 위치한 환일고는 2011학년도 대입에서 고려대·서울대·연세대에 51명을 합격시켰다. 지난해 5월 중앙일보의 SKY대 진학률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환일고는 서울 지역 일반고 중 6위(11.8%)를 차지했다. 강북 지역 고교로선 가장 높다. 이어 2012학년도 대입에선 73명이 고려대·서울대·연세대 문턱을 넘었다. 지난해보다 진학률이 4.2%나 올랐다. 수준별 ‘수월성 교육’이 일궈낸 성과다. 

정규수업 뒤 매일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방과후 수업은 철저한 수준별 수업으로 이뤄진다. 학년당 심화반 6개, 일반반 5개, 기초반 3개로 세분화하고, 수업시간도 50분에서 100분까지 차이를 둔다. 환일고 김덕천(59) 교장은 “3학년에 올라가면 언어·수리·외국어반, 언어·외국어반, 수리·외국어반으로 나눠 자신이 지원하려는 대학에서 반영하는 교과만 집중적으로 듣게 한다”고 설명했다.

수능 모의고사 성적이 비슷한 학생이라도 점수가 잘 나오는 영역과 취약 영역은 서로 다르기 마련. 환일고가 특정 영역 점수가 낮은 학생들을 모아 ‘소그룹 지도’를 하는 이유다. 소그룹은 5명을 넘지 않는다. 신입생들에게 취약영역에 대한 설문을 받은 뒤 입학 성적이 비슷한 학생들을 모아 교사들에게 특정 영역에 대한 과외를 받도록 한다. 2·3학년이 되면 학생 스스로 팀을 꾸려 원하는 교사에게 ‘그룹과외’를 요청한다. 소그룹 지도 효과가 소문이 퍼지면서 방학 중엔 30여 개의 소그룹반이 운영됐을 정도다. 김민규(19·고려대 환경보건학과)씨는 “3학년 6월 모의고사 때까지 2~3등급이었던 언어영역 성적을 걱정하다 소그룹 지도를 받으면서 수능에서 만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맞춤형 집중 수업으로 시문학 부분을 보완할 수 있었던 게 점수향상의 비결”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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