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 옷 족집게 예측 … 글로벌 MD 잘 나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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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롯데백화점의 이승주(31)·강정아(26) 글로벌 상품기획자(MD)는 지난달 말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쇼룸을 찾았다. 영국 패션 디자이너인 알렉산더 매퀸이 세계 각국의 바이어를 위해 열어놓은 곳이다. 올 가을·겨울 판매할 옷을 구입하기 위한 여러 국적의 바이어들이 모였다. 두 MD는 이날 소매가 기준 5억원어치의 의류·액세서리를 계약했다. 뉴욕·파리에서 각각 15, 12개 브랜드와 거래 계약을 맺은 후였다. 세 도시에서 총 30개 브랜드, 25억원어치를 한국에 들여왔다. 대학에서 의류학을 전공한 이승주 MD는 “디자인·소재를 보고 한국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아이템을 골라 적당량 구입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두 MD가 이날 계약한 옷은 8월부터 롯데백화점 매장에서 팔린다. 백화점이 지난달 연 편집매장 ‘바이 에토르’에서다. 여기엔 젊은 여성을 위한 패션 상품을 모아놨다. 미국·유럽의 브랜드에서 롯데백화점이 직접 수입해 들여오는 상품들이다. 30개 브랜드의 다양한 제품을 해외에서 골라와 판매한다.

 백화점들이 최근 이 같은 편집매장을 늘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전국 점포에 40개로 가장 많고, 현대백화점이 30개, 신세계백화점이 20개다. 강희태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은 “백화점 경쟁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라며 “분명한 차별화를 위해 자체 상품을 구성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며 앞으로도 편집매장을 늘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편집매장을 강화한 백화점엔 글로벌MD 전성시대가 열렸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4월 신(新)MD 팀에서 글로벌MD팀을 따로 떼어냈다. 현재 18명이 소속돼 외국 브랜드를 직접 들여오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초 MD개발팀을 만들고 글로벌MD 8명을 배치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2월 ‘선진MD팀’을 만들고 인원 12명을 투입했다. 기존 다른 부서에 흩어져 있던 글로벌MD를 한데 모은 조직 구성이다.

 신세계백화점의 류제희 인사팀장은 “최근 백화점 신입사원 중 70~80%가 글로벌MD를 지원한다”며 “글로벌MD들이 브랜드·상품을 직접 정해 매장을 구성하는 권한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책임도 따른다. 지난해 9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6층에 남성 편집매장 ‘멘즈 컬렉션’을 구성한 이혜원 글로벌MD는 “6개월~1년 후 한국에서 유행할 제품을 예측해야 하고, 직접 들여온 상품이 팔리지 않을 수 있다는 데 대한 부담감도 크다”고 말했다.

편집매장

한 매장에서 여러 브랜드를 구매할 수 있는 곳. 백화점 내 최초 편집매장은 신세계백화점이 1994년 연 ‘피숀’(생활용품)으로 꼽힌다. 외환위기 이후 주춤하다가 2009년부터 확대됐다. 초기에는 해외 명품 의류 중심으로 구성됐으나 최근에는 식품·아동복처럼 다양한 상품군을 모아놓은 편집매장이 잇따라 생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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