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의 코미디극 '돼지사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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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의 돼지를 둘러싼 한바탕 소동. 한 마리는 마을 사람들이 찾는 무게가 3백 근이나 나가는 씨돼지, 다른 한 마리는 교도소를 탈옥한 일명 '돼지'라는 탈옥수다.

'칠수와 만수' '비언소' 등의 코미디 극으로 유명한 이상우씨가 쓰고 연출한 극단 차/이/무(차원이동무대선)의 신작 연극 '돼지사냥'은 서부리라는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돼지소동을 통해 인간 군상이 만들어내는 갖가지 추악한 모습과 일상을 꼬집는다.

코미디 극이지만 이상우씨의 작품답게 천박한 몸동작이나 말장난이 빚어내는 수준 낮은 웃음과는 질적으로 다른, 풍자와 희화를 통한 의미 있는 웃음을 자아낸다.

말년 경사 지서장, 일없이 소문 내기에만 바쁜 무위도식자, 군의원 당선을 꿈꾸는 마을 유지 식당 주인, 티켓 다방 여종업원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지만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 간의 갈등과 대립을 통해 관객들은 진실보다는 오히려 거짓이 통하고, 헛된 소문이 큰 오해를 낳는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동일한 사건을 그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 개개인의 입장으로 반복해서 보여주는 '반복기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으면서, 다섯 명의 배우들이 여덟 개의 인물을 맡아 속도감 있는 등·퇴장을 통한 능청맞은 연기변신을 보여준다. 따라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보아야 극의 흐름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김세동·김승욱·이대연·최덕문·전이다 출연. 8일부터 31일까지 학전 그린 소극장에서 공연하고, 내년 1월 12일부터는 장소를 바탕골 소극장으로 옮겨 한 달간 연장 공연한다.

평일 오후 7시30분, 토 4시30분 추가. 일·공휴일 3시·6시, 월 쉼. 02-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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