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서 논의한 지자체 통폐합 … 구청장 관선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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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대통령 소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위원장 강현욱)가 최근 확정한 지자체 통폐합과 광역시의 기초단체장 관선(官選) 추진안 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감한 사안을 비공개 회의로 결정한 데다 일부 사안을 두고는 표결 원칙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위원회안이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지방체제개편추진위는 “13일 비공개 회의를 열어 자치제도 변경을 위한 4개 안을 확정했다”고 16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서울시·부산시 등 7개 특별·광역시에서는 구의회를 폐지한다. 광역시 구청장은 직선제 유지와 정부 임명안을 함께 검토키로 했다.

 인구나 면적이 지나치게 적은 자치구 5개는 인근의 다른 구와 통합하기로 했다. 서울 종로구·중구, 부산 중구·서구, 부산 수영구·연제구, 대구 중구·남구, 인천 동구·중구가 합치는 방식이다.

 위원회는 또 지방에서 통폐합 건의가 없더라도 중앙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통폐합을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경북 안동·예천, 충남 홍성·예산, 전남 여수·순천·광양 등이 대상이다. 통합자치구에 교부세 50억원을 인센티브로 주는 안도 결정했다.

 그러나 논란이 큰 사안을 비공개 회의에서 무리하게 표결로 밀어붙여 일부 위원이 반발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지방에서 원치 않더라도 중앙정부가 필요하면 통폐합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을 두고는 찬반이 엇갈렸다. 위원회 관계자는 “정부 권한이 너무 비대해져 지방자치제의 기본 정신이 훼손된다는 반발이 컸다”고 전했다. 또 자치구 통폐합안은 22명 참석자(전체 위원 27명) 중 절반에 못 미치는 8명만이 찬성했는데도 확정했다.

 위원회안이 국회를 통과해 실제 추진될지 여부를 두고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행정안전부 고위 관계자는 “정권 말기인 데다 지자체 통폐합은 선거구 획정과도 관계가 깊어 추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의 이인화 개편지원단장도 “국회 통과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행정체제 개편 필요성의 기본 취지에 맞게 폭넓은 내용을 담았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번 통과안을 바탕으로 최종안을 마련해 6월 말 국회와 청와대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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