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TV 동물농장', 2년 넘게 고릴라·침팬지 생태 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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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1 서아프리카 기니의 보소숲. 2003년 말 이곳 일대에 전염병이 돌았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 침팬지들이 먼저 죽어갔다. 이때 카메라에 잡힌 한 어미의 눈물겨운 모정. 차가워진 새끼의 몸이 썩어 미라가 될 때까지 어미는 한순간도 새끼를 떼어놓지 않았다.

#2 '아유무'란 이름의 침팬지. 숫자 공부를 시작한 지 1년 6개월만에 1에서 9까지 한자리 숫자를 모두 깨우쳤다. 좁은 구멍에 긴 막대기를 끼우거나 크기가 다른 컵을 차례대로 포개는 식의 발달검사도 10개월 됐을 때 통과했다.

같은 또래 인간 영아에 비해 조금도 손색 없는 솜씨다. 아유무의 능력은 인간을 겸허하게 만든다.

SBS 'TV 동물농장'이 2년6개월 간 일본.카메룬.기니 등을 돌며 심층취재한 야생 고릴라.침팬지의 생태 보고서를 방송한다. 오는 27일부터 5주간 특집으로 방영하는 '거대한 약속 유인원 프로젝트 2005'가 그것이다.

제작진은 2005년 현재 아프리카 고릴라들의 보호 상태를 보여주고 고릴라.침팬지들의 깜짝 놀랄 능력도 소개한다. 특히 '부시미트'(bushmeat;사냥한 야생동물의 고기) 거래 현장을 잠입 취재해 자칫 우리 시대 거대 영장류가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상황을 경고한다.

우선 27일에는 1편 '자연의 대사관, 림베 고릴라 보호센터'가 나간다. 생태계 파손과 밀렵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아프리카 야생 고릴라들의 현실을 살펴본다. 2편 '밀림의 킬링필드, 충격의 숲 고기 사냥 현장'에선 야생 동물의 고기가 식용이나 연구용으로 무분별하게 거래되는 충격적인 현장을 고발한다.

이어 3편 '숲 속의 해방구, 침팬지 복원 프로젝트'에선 밀렵 등으로 부모가 죽어 오갈 곳 없는 신세가 된 새끼 유인원들의 야생성 복원 훈련이 그려진다. 인간과 유전자의 염기 배열이 98.77% 일치한다는 침팬지의 성장과 학습 과정은 4편부터 접할 수 있다.

제작진은 "어미 침팬지가 죽어가는 새끼를 돌보는 과정을 모두 담은 건 전세계 방송 사상 유례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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