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영웅 돌아오다 … 찬호, 첫 무대 첫 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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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가 12일 두산과의 청주 경기에서 힘차게 공을 뿌리고 있다. 박찬호는 “마음먹은 대로 공이 잘 들어갔다”고 말했다. [청주=뉴시스]

박찬호(39·한화)의 한국 복귀 첫 무대는 대성공이었다. 시범경기 때의 불안감을 완전히 떨쳐 버린 호투로 첫 승을 따냈다. 한국·미국·일본에서 승리를 따낸 첫 한국인 선수가 되며 국내 무대 성공 가늠자인 10승 달성을 향한 청신호도 켰다.

 12일 한화와 두산의 경기가 열린 청주구장. 박찬호는 경기 한 시간 전부터 가벼운 러닝과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대부분 선발투수가 경기 시작 30분 전부터 몸을 풀지만 박찬호는 더 일찍 그라운드를 밟았다. 개막 후 3연패에 빠진 팀의 선발이라 부담을 가질 만도 했지만 그는 여유로웠다. 이날 시구자인 오영세 전 공주중 감독의 시구를 돕기도 했다. 오 감독은 박찬호의 중학교 시절 은사로 그를 내야수에서 투수로 전향시켰다.

 경기가 시작되자 박찬호는 타자보다 자신의 투구에 더 신경 썼다. 투구 사이사이 주심의 볼 판정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스트라이크존 파악에 집중했다. 박찬호는 1회 초 첫 타자 이종욱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정수빈과 김현수를 1루수 땅볼과 삼진으로 처리했다. 김동주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2사 1·3루에 몰렸지만 최준석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이닝을 마쳤다.

 위기는 여기까지였다. 2회부터 스트라이크존을 파악한 듯 홈플레이트 양쪽을 파고드는 공을 뿌리며 두산 타자들을 요리했다. 2회 초 이원석과 손시헌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고 용덕한을 파울플라이로 처리해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용덕한이 마지막에 친 직구는 149㎞가 찍혔다. 박찬호가 복귀한 뒤 던진 가장 빠른 공이었다.

 ‘메이저리그 아시아인 최다승(124승) 투수’의 진가는 3회 초에 발휘됐다. 박찬호는 고영민·이종욱·정수빈을 공 세 개로 처리했다. 2008년 9월 11일 삼성 정현욱이 기록한 뒤 1309일 만에 나온 한 이닝 최소투구 퍼펙트(역대 36번째)였다.

 그 사이 한화 타선은 3회 말 4안타·1볼넷을 묶어 3득점하며 ‘형님’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리드를 등에 업은 박찬호는 4회부터 6회까지 산발 2안타만 내주며 두산 타선을 막아냈다.

 박찬호가 이닝을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할 때마다 팬들은 기립박수로 ‘영웅의 귀환’을 반겼다. 5-0이던 7회 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선두타자 최준석에게 안타를 맞았으나 윤석민을 헛스윙으로 돌려세우며 삼진 수를 다섯 개로 늘렸다. 하지만 다음 타자 허경민에게 다시 안타를 맞자 정민철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랐고, 박찬호는 아쉬운 듯 오른손으로 글러브를 두세 번 친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청주구장을 가득 메운 7500명의 팬은 홈과 원정 구분 없이 모두 일어나 “박찬호”를 외쳤다. 박찬호는 모자를 벗어 팬들에게 인사한 뒤 그라운드로 나온 후배들과 하이파이브했다.

 바뀐 투수 송신영(35)이 2사 1·3루에서 고영민에게 2타점 2루타를 허용해 박찬호의 성적은 6과 3분의 1이닝 4피안타·2실점·5탈삼진이 됐다. 한화는 박찬호의 호투를 앞세워 두산을 8-2로 누르고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박찬호는 “팀 연패를 끊어 기쁘고, 개인적으로 복귀전에서 승리해 의미 있었다. 한국 타자들이 정교하고 일본 타자보다 파워가 있어 제구에 신경 썼다. 컷패스트볼이 마음먹은 대로 잘 들어갔다. 거의 모든 점이 만족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찬호를 상대해 3타수 무안타에 그친 두산 김현수는 “구속과 컨트롤, 타이밍 등 모든 점이 예상보다 좋았다. 구위가 정말 좋다”고 했다.

 잠실에서는 LG가 선발 김광삼의 6이닝 무실점 호투를 앞세워 롯데를 4-0으로 누르고 전날 패배를 갚았다. 삼성은 12안타를 집중하며 KIA에 10-2로 이기며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넥센은 SK에 4-2로 승리했다.

청주=유선의 기자

박찬호 국내 데뷔전 기록

(12일·청주 두산전)

● 이닝 6⅓
● 타자 25
● 투구수 92
● 스트라이크-볼 53-39
● 피안타 4
● 볼넷 2
● 땅볼 아웃 11
● 플라이 아웃 3
● 탈삼진 5
● 실점 2
● 자책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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