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3% 오르면 연 6% 수익 … 물가연동채, 절세도 매력 포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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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자산가 김모(62)씨와 이모(55)씨는 전혀 다른 투자자다. 김씨는 정기예금에 주로 돈을 묻어 둔다. 위험을 아주 싫어한다. 반대로 이씨는 기회가 온다 싶으면 주식에 거액을 넣는 공격적인 성향을 갖고 있다. 이런 두 사람이 최근 같은 상품에 10억원씩을 넣었다. 물가연동국채다. 물가연동국채는 국채의 원금 및 이자 지급액을 물가에 연동시켜 물가 상승 위험에 대비하는 채권이다. 인플레이션을 따라잡고, 세금은 줄이고 싶은 두 사람이 같은 선택을 한 것이다.

 중장기 재무계획을 짤 때 물가는 핵심적인 변수다. 특히 노후에 쓸 자산이라면 더욱 그렇다. 과거에는 인플레이션에 맞설 수 있는 강력한 무기, 부동산이 있었다. 하지만 부동산 신화가 사라지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거액 자산가들이 물가연동국채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는 세금을 줄일 수 있어서다. 국민은행 강남 스타PB센터 김영규 센터장은 “최고 세율을 적용받는 거액 자산가들이 주로 찾는 비과세·분리과세 채권의 은행 예금 환산수익률이 연 4%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은행 환산수익률은 은행 정기예금처럼 이자소득세율 15.4%를 붙여 세전 수익률로 역산해 은행 예금금리와 비교하기 쉽게 만든 것이다. 물가연동국채는 물가가 3% 오를 경우 은행 환산수익률로 연 6% 정도 수익이 난다. 또 물가상승분에 따른 원금 증가 부분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 10년간 물가가 연평균 3% 상승한다면 만기에 액면 1억원짜리 물가연동채권의 원금은 1억3000만원이 된다. 이때 원금 상승분인 3000만원에는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물가상승률이 높을수록 이자도 늘어난다. 10년 만기 채권이라서 분리과세를 신청할 수 있다. 또 이달부터 개인도 물가연동국채 입찰에 참가해 유통시장이 아닌 발행시장에서 살 수 있게 됐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증권사 입찰 대행을 통해 발행시장에서 물가연동국채를 낙찰받으면 유통시장에서 사는 것보다 1억원당 100만~150만원이 싸다.

 최근 일부 자산가는 브라질 물가연동국채에도 관심을 보인다. 한국 물가연동국채와 마찬가지로 브라질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돼 그만큼 원금이 올라간다. 최근 브라질 소비자물가는 5% 초반으로 국내보다 높다. 또 최근 수퍼리치가 많이 투자한 일반 브라질 국채에 비해 가격(금리) 변동이 덜하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헤알화 환율 변동 위험이 있고, 브라질 정부가 외국인의 금융거래에 부과하는 금융거래세 6%를 내야 하는 것은 보통 브라질 국채와 같다.

 다만 일반 브라질 국채와 브라질 물가연동국채 간에 어느 것이 더 나은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다. 보통 국채보다 많은 수익이 나려면 브라질 물가가 많이 올라야 한다. 과거 브라질은 물가상승률이 높은 나라였지만 요즘은 갈수록 안정되는 추세다. 미래에셋증권 심홍식 팀장은 “최근 브라질 물가연동채 수익률이 일반 국채와 비슷하다”며 “여러 불확실성을 안고 가느니 확정금리인 일반 브라질 국채가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요즘 5년 만기 브라질 물가연동채 유통수익률은 4.4%다.

◆도움말=국민은행 강남 스타PB센터 김영규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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