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 둔화 기정사실로 굳어져

중앙일보

입력

미국의 경기가 둔화하고 있음이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미 상무부는 29일(현지시간) 올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을 2.4%(연율)로 수정 발표했다.

이는 당초 발표했던 잠정치 2.7%에서 0.3%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1996년 3분기 이후 4년래 최저치다. 2분기 성장률(5.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미 민간조사단체인 콘퍼런스 보드도 11월 소비자 신뢰지수가 13개월 만에 최저치인 133.5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전달에는 135.8이었다.

소비자들이 앞으로 경기가 나빠질 것이므로 그만큼 씀씀이를 줄이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다.

도이체방크 등 전문기관들은 이같은 경기둔화가 고금리에 따른 기업들의 수익악화와 첨단기술부문에 대한 투자감소, 무역수지 적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날 상무부가 GDP 성장률과 함께 발표한 3분기 기업수익도 2분기에 비해 0.6% 증가한 데 그쳐 98년 4분기 이후 가장 작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소트프웨어 및 설비 지출 증가율은 당초 8.5%에서 5.8%로, 재고(在庫)도 당초 7백99억달러에서 7백35억달러로 모두 하향조정돼 성장률 둔화를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율은 2분기(2.4%)보다 떨어진 1.9%에 머문 것으로 나타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영국의 금융그룹인 HSBC는 "미국의 10월 중 내구재 주문이 급격하게 줄어든 데다 소비자신뢰지수도 떨어짐으로써 기업들의 4분기 수익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며 "내년도 미 경제성장률은 2% 수준에 머물 것" 이라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 딘위터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처드 버너는 "미 경기가 갑자기 곤두박질쳐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최근 6년래 최고치인 33%에 이른 상태" 라고 말했다.

그러나 메릴린치는 "미 경기가 경착륙한다는 전망은 성급한 것" 이라며 "아직까지 국내 민간소비가 왕성한 만큼 4분기 경제성장률은 다시 3% 이상으로 회복할 것" 이라고 낙관했다.

한편 유럽의 경제대국인 독일도 3분기 GDP 성장률이 1년래 최저치로 나타났고, 일본의 10월 중 광공업생산지수도 당초 예상보다 낮게 나오는 등 일본.유럽의 경제회복세도 주춤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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