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교체비용 대폭 지원 … 다시 힘 받는 서울 제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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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4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뽀루클럽 공장에서 직원이 원단을 자르는 자동형 연단기에 원단을 넣고 있다. [김도훈 기자]

지난 4일 오전 서울 강북구 미아동의 어린이 의류 생산업체인 ‘뽀루클럽’ 공장.

 10여 명이 일하는 공장 한쪽에선 원단을 자르는 자동 연단기가 “위이잉”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지난해 8월까지 그 자리엔 10년 넘게 쓴 수동형 연단기가 있었다. 워낙 낡은 탓에 행여 고장이 날까 조심스럽게 다뤄야 해 생산성도 함께 떨어졌다. 최신형 자동 연단기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연매출 10억원의 소규모 공장에서 3000만원의 교체비용을 조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서울시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서울시내 제조업 공장을 대상으로 노후 장비 교체비용의 절반을 무상으로 지원해 준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뽀루클럽 임병원(47) 대표는 즉시 지원을 요청했고 한 달 뒤에 최신형 자동 연단기를 들여놓을 수 있었다. 이 공장의 이성수(44) 부장은 “낡은 수동형 연단기에 혹시 부상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많았는데 이젠 안심하고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개했다.

임 대표는 “장비를 교체했더니 직원 사기도 오르고 생산성도 향상됐다”며 “노후 장비와 시설을 제때 바꿀 수만 있다면 의류 제조업은 여전히 서울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서울시의 노후 시설·장비 교체 지원에 힘입어 의류봉제·기계·인쇄·귀금속 업종 등 ‘도심형 4대 제조업’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5월 ‘서울경제비전 2020-스마트 경제도시 서울’ 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들 업종을 도심형 4대 제조업으로 지정했다.

 서울시가 4대 제조업 지원에 발벗고 나선 이유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서울 시내 제조업체들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2006~2009년 서울의 제조업체는 연평균 5%, 종사자는 10%가량 감소했다. 서울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전국 제조업 비중(19.4%)보다 크게 낮다. 4대 도심형 제조업이 서울의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종사자 기준으로 70%에 달한다.

 서울시는 이달 초 산업안전보건공단과 ‘안전하고 활력 있는 희망서울 만들기’ 협약도 체결했다. 도심형 4대 제조업의 노후 시설과 장비를 개·보수하는 데 들어가는 사업주의 부담금을 더 줄여주기 위해서다. 10인 미만 사업장의 개·보수 사업주 부담금 비중을 기존 30%에서 15%, 10인 이상 사업장의 부담금 비중은 기존 50%에서 35%로 줄여주는 내용이다.

중구 필동의 인쇄업체인 해인기획 황미동(53) 전무는 “지원을 받아 배기장치를 새로 달았더니 직원 만족도와 생산성이 올랐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 연말까지 2억4500만원의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다. 권혁소 서울시 경제진흥실장은 “근로자가 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원을 집중하면 자연스레 도심형 제조업의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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