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결산 (6) - 용병 트러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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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일본프로야구는 유난히 용병들의 굴곡이 심했다. 먼저 현역 메이저리거 출신이었던 데이비드 닐슨(딩고)은 3백만 달러에 달하는 초특급 대우로 주니치에 입단할 당시만 해도 큰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개막된 후 이렇다 할 활약 한번 보이지 못하던 딩고는 결국 이종범에게 밀려 2군으로 쫒겨난 후, 시즌을 채 마치지도 못한 상황에서 퇴출당하는 망신을 당했다.

작년 롯데의 마무리로서 30세이브를 올렸던 워렌도 시즌초 부정투구 시비와 욕설 시비에 휘말리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다 롯데에서 쫒겨나고 말았다. 또한 요미우리의 갈베스는 초반 연패에 허덕이다 2군으로 강등된 후 코칭스테프에게 몽니를 피우다 해고 되었고, 세이부의 제퍼슨도 선발 출장에 제외된데 불만을 품고 팀을 무단이탈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외에도 해고까지는 아니었지만 다이에의 니에브스는 왕정치 감독의 대타교체에 반발하다 한동안 2군에서 근신을 감수해야만 했고, 한신의 타라스코도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항의하다 출장정지를 먹기도 했다.

시즌이 끝나갈 즈음엔 모범(?)용병들까지도 가세했다. 주니치의 4번타자 고메스는 부상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떠난 후 주니치 복귀를 거부하며 은퇴를 선언해 버렸고, 최고용병 로즈도 요코하마와의 연봉 협상이 결렬되자 전격적으로 은퇴를 발표했다.

이렇듯 올시즌 내내 일본프로야구 거의 모든 구단은 용병때문에 적잖이 속을 썩어야했다. 전력 보강을 위해 수억엔을 들여 데려온 선수들이 전력에 보탬이 되기는 커녕 팀에 악영향만 끼치니 팀으로서도 답답한 노릇이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팀이 강해지고 우승까지 차지하기 위해서는 용병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옥석을 가리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딩고의 예를 보듯 메이저리거라고 해서 결코 성공을 보장하지도 않는다.

딩고는 메이저리그에서도 3할을 치는 타자였다. 하지만 일본 무대에서의 결과는 처참했다. 그 가장 큰 원인은 메이저와 일본야구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여겨진다.

일본야구와 메이저리그는 똑같은 규칙에 근거해 야구를 하지만 하는 방식에 있어서는 천지차이다. 메이저리그가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자율야구 위주라면 일본 야구는 감독을 중심으로 하는 철저한 조직야구를 지향한다. 따라서 이런 일본무대에서 통하려면 항상 팀을 위해 희생하는 플레이를 염두에 두어야 하는데 이들 용병들에겐 이게 부족했다.

일본에 온 이상 과거의 영광은 잊어버리고 신인이란 마음가짐으로 철저하게 일본야구에 적응해야 하는데 딩고를 비롯한 미국계 용병선수들은 그렇게 하질 않았다. 오히려 일본야구를 얕보는 경향이 짙었다. 이러다보니 적응이 안되니까 자연 좋은 성적이 나오기 어렵고, 그 결과 감독과 팀동료들로부터도 신뢰를 잃게 되었다.

성적이 안 좋아서 선발 엔트리에서 제외되거나 2군으로 강등될 때에도 이들은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갈베스나 딩고의 예를 보듯 자신의 오류를 반성하기보단 자신의 진가를 몰라준다며 팀을 비판하기 일쑤다. 특히 메이저리거 출신일수록 이런 근거없는 우월의식이 심하다.

또 미국계 용병들은 한국선수들에 비해 인성은 물론 근성이나 인내심도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거나 2군으로 강등되며 얼마 버텨내질 못하고 주저앉아 버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여러가지 위험과 폐해에도 불구하고 용병이 팀의 한 시즌 성적에 무시못할 영향을 미치는 것또한 부정할수 없는 현실이다. 단적인 예로 올시즌 주니치가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2위까지 할수 있었던건 번치,게일러드,이종범과 같은 우량 용병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런 용병의 중요성을 알기에 요미우리와 같은 팀은 매년 수십억엔을 들여가며 거물 용병을 대거 영입하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른 팀도 용병영입에 중점을 두기는 마찬가지다. 용병 한두명만 잘 뽑으면 단숨에 강팀으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올시즌 일본야구는 소위 '계륵'같은 용병으로 인해 많은 구단이 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용병이 중심타자나 마무리와 같은 중책을 맡으며 팀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일본야구판에서 용병은 '잘 쓰면 약,못 쓰면 독'이란 말처럼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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