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프로야구] 외야석의 묘미

중앙일보

입력

요미우리의 홈구장인 도쿄돔의 내야 지정석은 무려 5,900엔(한화 6만원)이다.

지정석이므로 서둘러 올 필요는 없다. 1회초가 시작하는 6시 전에만 도착하면 충분하다. 비싼만큼 구장을 넓게 바라볼 수 있고, 선수를 가까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응원을 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지정석은 결코 적당한 자리가 아니다.

가장 싼 자리는 1,200엔의 외야 자유석. 하지만 이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들이야 말로 진정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다.

아시는 바와 같이, 일본프로야구의 응원전은 외야석에서 이루어진다. 때문에 선수 표정이나, 사소한 동작은 못봐도 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열렬한 팬들은 꼭 외야자유석을 찾는다. 자유석이기 때문에 좋은 자리를 얻으려면 서둘러야 한다.

얼마나 일찍 가야 될까? 인기구단 요미우리의 자리 전쟁은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다.

도쿄돔은 JR중앙선 수이도바시역에서 5분 거리에 있다. 수이도바시역을 첫차가 지나는 아침 6시가 되면, 손에는 응원 매거폰을 가진 빨간 점퍼의 젊은이 쏟아져나와 도쿄돔의 입구를 향해 달린다. 평일도 예외는 없다.

이들은 입장시간인 오후 4시까지 기다려야한다. 일본사람이라서 그런지(?) 기다리는 모습은 아무런 통제없이도 규칙적인 모습이다.

입장시간이 되면 자리 전쟁의 2차전이 시작된다. 이때쯤이 되면, 이미 수천명의 팬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서는, 관중석을 향해 달려가야만 한다. 경기는 6시에 시작되지만, 외야석은 시끄럽다.

시합 시작.

1회초, 우측 스탠드(요미우리 응원단쪽)는 아직 조용하다. 그러나 아웃카운트 하나 마다 팬들은 응원방망이를 두드린다.

본격적인 응원은 1회말부터 시작된다. 각 타자마다 응원가가 정해져 있고, 가사도 있다. 대부분의 팬들은 20개가 넘는 응원가를 가사없이도 편하게 부를 수 있다.

응원이 오로지 자율적으로 이뤄지는 것만은 아니다.

구단의 응원스태프들은 대규모의 응원단이 제대로 리듬을 맞추지 못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일본에서는 나팔이나 피리를 사용해서 응원을 하는데, 그 옆에는 응원단장이 자리를 잡고 있다. 통로마다 한명씩 배치된 스태프들은 응원단장의 리드에 따라 체계적인 응원을 주도한다.

요미우리 정도의 구단이라면, 그 일치감도 대단하다. 스태프들은 시합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응원을 리드하기 위해서 있는 전문가들이다.

하지만 요미우리의 응원은 스태프들이 어떠한 상황이든지 침착하게 응원을 리드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 기계적인 느낌을 줄 때도 적지 않다. 다른 구단들의 경우는 통제력은 요미우리보다 떨어지지만, 더 재미있고 인간적인 응원을 펼칠 때가 많다.

다만 선호하는 팀을 떠나서 응원에서 일체감을 느끼고 싶으면, 요미우리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바람이다. 한신이나 주니치를 선택하면 반면 뜨거운 응원의 맛을 볼 수 있다.

아쉽게도 퍼시픽리그의 일부 구단들 중에는 응원스태프만 열심이고, 그들을 따라가는 관중이 없어 허무한 응원을 전개하는 구단도 있다.

역시 가장 재미있는 응원전은 요미우리와 한신의 시합이 아닐까 싶다.

이 카드는 도쿄돔이던, 고시엔이던 항상 초만원을 이룬다. 요미우리와 한신이 각각 도쿄와 오오사카를 대표하는 만큼 이들의 응원은 어느 때보다 더 힘차다.

양자간의 대결에서는 때로 과열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예를 들어 상대팀의 홈런볼을 잡은 관중은 공을 버리라고 외치는 다른 열성 관중들에게 시달린다. 너무 흥분해서 상대팀에게 욕을 하거나 쓰레기를 던지는 관중들도 있따. 하지만 야구를 사랑하는 팬이라면, 팬으로서의 매너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외야석은 지정석보다도 선수들과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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