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업종이 이끈 경기상승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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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작년 동기대비 9.2%나 되고 계절변동치를 감안한 실질 GDP도 전분기 대비 3.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하락과 내수위축 등으로 우리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가 하반기 들어 매우 썰렁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표경기와 체감경기의 차이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수출이 성장세를 주도한데다 정보통신 업종 의존도가 심화되는 등 업종간 경기양극화도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또 오는 4.4분기에는 지표상에 나타나는 경기도 나빠질 가능성이 많지만 우려할 정도의 불황은 아닐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이 주도한 성장 = 3.4분기 실질 GDP의 전년동기 대비 성장률은 9.2%로 지난 2.4분기의 9.6%에 비해 약간 더 낮아졌다.

하지만 작년 3.4분기가 12.8%의 높은 성장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성장폭도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특히 소비와 투자 등 내수는 6.8% 증가에 그쳤으나 수출은 23.6%나 증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이에 따라 최종수요에 대한 내수의 성장기여율은 34.9%로 전년 동기의 61.8%보다 크게 낮아진 반면 수출의 기여율은 38.2%에서 65.0%로 대폭 확대됐다.

계절변동치를 감안한 전분기 대비 성장률도 3.3%로 오히려 2.4분기의 1.2%에 비해 훨씬 높았다.

정정호(鄭政鎬)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민간소비가 전기대비 1.3% 하락하고 설비투자는 4.9%나 감소하는 등 내수는 이미 위축됐지만 수출이 전분기 대비 6.9%나 증가하면서 실질 GDP도 큰 폭으로 올랐다"고 말했다.

▲정보통신 업종 의존도 심화 = 경제성장을 주로 수출이 주도했다면 수출 중에서는 정보통신 업종이 주로 기여를 했다.

제조업 중에서 컴퓨터와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기 생산은 전년동기대비 52.5% 증가, 제조업의 성장률을 18.1%로 높여놓았다. 정보통신기기업을 뺄 경우 제조업 성장률은 6.8%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산업의 성장기여율은 전년동기 32.9%에서 올 3.4분기에는 59.6%로 높아졌다.

정정호 국장은 "수출증가에서 정보통신업이 차지하는 기여도가 73%대에 이르는 등 정보통신업의 의존도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정보통신 산업의 빠른 성장은 신경제 효과를 야기시키고 우리 경제의 디지털화를 촉진시키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많으나 여타 산업과 지나치게 격차를 보이는 것에는 다소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4.4분기 전망 불투명 = 한국은행은 4.4분기 성장률 지표는 아무래도 3.4분기에 비해 나쁠 것이라고 전망한다.

소비자경기 지수 등 각종 선행지표가 안좋게 나오는데다 민간소비가 지난 98년 2.4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등 내수위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기업의 퇴출과 구조조정 등으로 실업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주식시장 침체도 지속되는 점도 경기 하락을 점치게 한다. 20%대를 유지하던 수출증가세도 10월에는 10%대로 낮아졌다.

하지만 기조는 하락세일지라도 소순환을 형성하면서 경기곡선이 재반등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섣불리 하강국면 진입을 예단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정정호 국장은 "3.4분기 민간소비가 위축된 것은 증시침체와 실업 등의 요인도 있지만 휴대폰 보조금 지급 폐지로 휴대전화 수요가 감소하고 의약분업 사태로 의료서비스 이용이 줄어드는 등의 특수 요인도 가세했다"면서 "4.4분기 전망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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